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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짝퉁 언론사이트'로 테러 용의자 검거 논란

입력 : 2014.10.29 05:47|수정 : 2014.10.29 05:47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폭탄테러 위협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실제 언론사 사이트를 모사한 `짝퉁 사이트'를 만들어 운용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크리스토퍼 소고이언 미국자유인권연맹(ACLU) 보안분석가가 자신의 트위터에 인터넷검열에 반대하는 비영리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보고서를 인용해 밝혀졌다고 미국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EFF가 폭로한 보고서에 따르면 FBI는 2007년 워싱턴 주 서스톤 카운티 레이시 지역에 있는 팀버랜드 고교에 폭파 테러 위협을 접하고 용의자를 붙잡기 위해 지역 신문인 시애틀타임스와 똑같은 가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다.

특히 FBI는 이 사이트에 AP 통신의 바이라인을 달아 서스톤 카운티 폭파 위협에 관한 거짓 기사를 실었고, 시애틀타임스의 스타일대로 기사 본문에 이메일 접속 링크들도 꾸미는 등 철저하게 가장했다.

FBI는 용의자가 이 기사를 읽으면 내부에 심어놓은 스파이웨어가 용의자의 컴퓨터에 침투해 인터넷 주소(IP)를 알아내기 위해 이 같은 `기만책'을 사용했다고 EFF는 전했다.

실제로 폭탄테러 위협 용의자는 이 기사를 읽었고, FBI가 심어놓은 스파이웨어가 용의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이스페이스' 계정에 침투하면서 신원이 노출돼 결국 검거됐다.

당장 시애틀타임스는 "언론 공신력을 훼손한 FBI의 폭거"라고 발끈하고 나섰다.

케이시 베스트 시애틀타임스 편집국장은 "우리는 FBI가 시애틀타임스의 이름을 도용하고 용의자를 잡기 위해 비밀리에 스파이웨어를 심는 터무니없는 작태에 분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감시자로서 그동안 쌓아온 우리 신문의 명성과 능력들은 (독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FBI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명성을 이용했고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게 했다"고 분개했다.

이에 FBI는 "테러위협 용의자를 잡기 위해 수사기법상 불가피했다"고 항변했다.

프랭크 몬토야 FBI 시애틀지부 특별수사관은 최근 시애틀퍼시픽대학과 매리스-필척 고교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을 언급하면서 "비극적인 사건을 막기 위한 수사기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유형의 수사기법은 테러 위협을 해결하는 데 확실하고 요긴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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