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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일문일답 "수비 중점…지키는 힘 만든다"

입력 : 2014.10.28 17:04|수정 : 2014.10.28 17:04

"한화 팬들 성원에 감사…처음으로 성적 부담감 느낀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제10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야신' 김성근(72)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답게 취임 일성으로 '수비 강화'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2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라며 "이 부분이 몇 년째 한화의 맹점이었고, 이 부분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사활이 걸렸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특히 김 감독은 한화의 전통적인 팀 색채이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두고 "다이너마이트는 불발될 때가 잦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색을 입히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한화 팬들의 큰 성원 속에 감독에 취임한 김 감독은 감사하다면서도 "부담스럽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껴 본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 한화 감독에 취임한 소감은.

▲ 감독된다는 기대를 놓고 있었다. 한화 구단에서 나를 불러 주시고 팬 여러분이 주변에서 힘을 주신 덕에 야구장 돌아올 기회를 얻었다. 과거 감독한 것보다 얼떨떨하고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하루하루가 긴장감 속으로 돌입하니 '이제 살고 있구나' 싶은 느낌도 있다.

-- 한화의 살림살이는 어떤가.

▲ 며칠 안 돼서 깊이는 모르겠다. 밖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다. 야구는 수비가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이 몇 년째 한화의 맹점이다. 캠프에서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사활이 걸렸다. 내일 시작하는 캠프에서도 수비가 연습의 반 이상이 될 것이다.

-- 3년간 바뀐 프로야구의 흐름은 어떤가.

▲ 장기나 바둑처럼 옆에서 보는 사람이 잘 보인다. 옆에서 보니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본 3년이다. 감독들이 세대교체 되면서 달라졌다는 느낌 받았다. 많은 야구팬이 오셨고,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됐다. 이런 시기에 야구인으로서 뭘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살았다.

-- 선수단과의 소통은 어찌할 것인가.

▲ 과거와 똑같다. 색다르게 할 성격도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진실한가 하는 것이다. 이겨야 하고, 이를 위해 선수와 내 진심이 부딪혀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순간마다 승패 속에 모두가 파묻혀 살아야 한다.

-- 앞으로 한화가 나아질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 이 이상 내려갈 곳이 없잖은가. (웃음) 올라갈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가느냐가 문제다.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고민하면서 길을 찾을 수 있다. 과거 3년의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오늘부터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승부처다.

-- 감독 세대교체가 많이 됐다. 젊은 감독들과 경쟁하는 느낌은.

▲ 승부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벤치 대 벤치다. 거의 다 제자들이지만, 제자라는 의식 없이 상대 감독과 싸워야 한다. SK 시절에도 제자들과 싸워 봤다. 세대교체가 우리 세대로서는 아쉬운 면도 있다. 우리 세대에 희망 주고 싶기도 하다.

-- 오프시즌 전력 보강을 바라는 지점이 있나.

▲ 욕심 같아서는 자유계약선수 다 데려왔으면 좋겠다. (웃음) 밖에서는 젊은 선수가 많다고 봤는데, 들어와서 보니 나이 든 선수가 많더라. 투수들은 젊은 선수 많지만, 야수는 나이 많은 선수 많다. 이 선수들을 얼마나 젊게 만드느냐가 내가 할 몫이다. 김태균도 서른두 살인데, 이십 대로 돌려놔 줘야 할 것 같다.

-- 프로야구 전체 수준을 평가하자면.

▲ 우리 야구는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많이 변화했다고 본다.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가면서 자기 한계에 도전하는 의식이 많이 부족해졌다. 많은 팬이 생기자 안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악착같이 순간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절실함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 한화에는 동년배인 김인식·김응용 감독 등이 계셨다. 특히 김응용 감독이 전임자라 비교될 수도 있다.

▲ 대전에 내려오면서 '나와 김응용 감독 나이를 더하면 몇 살인가' 싶었다. 김 감독이 어느 정도 팀을 정비해 놨다. 내가 인수해서 그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한화라는 팀은 김영덕, 김인식, 김응용, 그리고 나까지 어느 정도 이름 있는 이들이 맡은 구단인 것 같다. 내가 마지막으로 왔는데, 선임들이 해낸 업적을 꼭 이뤄야 한다.

-- 어제저녁 코치진이 발표됐다. 나가는 사람 많아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 고민 많이 했다. 그제 새벽까지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 모든 것이 새로워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인사를 단행했다.

-- 바로 마무리훈련에 돌입하는데. 선수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 있나.

▲ 조금전에 선수들에게 왜 머리를 깎지 않았느냐고까지 이야기했다. 내일이면 이발하고 나올 것이다. 수비는 이틀에 한 번 '필딩데이'를 잡고 집중적으로 할 것이다. 5일 중 이틀은 수비만 할 것이다. 대전구장 외야가 넓어지면서 외야수들이 공을 잡으러 다니는지 쫓아다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하나 귀띔하자면, 김태균은 당분간 3루에서 반 죽을 것이다.

-- 한화의 과거 팀 색채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었다.

▲ 다이너마이트는 불발할 때가 잦다. 다이너마이트가 터지기 전에 확실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 한 점을 지킬 수 있는 야구와,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타선에 의존하는 야구는 약하다. 어디까지나 수비로 얼마나 지키고 도망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거에 한화는 마음이 좋은지 점수를 자꾸 주더라. 이걸 안주는 야구를 해야 한다.

-- 수비를 많이 강조했는데, 한화의 투수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 수비라는 것은 투수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야수만 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투수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느냐다. 투수들을 보면 승리가 많지만 패배도 많더라. 투수가 약한 것이 아니라 수비 때문에 투수가 몰린 경우도 많았다. 수비가 얼마나 받쳐주느냐에 따라 투수도 살아날 수 있다.

-- 2년 전 김응용 감독 취임 후 외야를 넓혔다. 외야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 야구장 자체는 투수 입장에서 넓으면 좋다. 야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센터 쪽이 넓어진 것 같은데, 거기서 외야 수비를 어찌하느냐가 중요하다. 송구 능력과 수비 범위 등이다. 그에 따라 투수의 성적이 바뀌니 중요한 부분이다.

-- 야신이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야구의 신이란 것은 없다. 나는 '잠자리 눈깔'(한 번에 다양한 부분을 본다는 뜻)이라는 별명이 좋다.

-- 많은 것을 이룬 사령탑이다. 열네 번째 팀인 한화는 어떤 의미인가.

▲ 대전구장에 와서 뒷산을 보니 1982년(대전 연고 OB 시절) 생각이 난다. 대전은 과거 야구 도시였다. 최근 성적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다시 일으킬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니 감회 새롭다.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의식이 생긴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1982년 프로야구 시작할 때 이곳에서 나도 시작했다. 팬들이 많이 성원해주셨다. 감독하면서 부담스럽다는 것을 처음 느껴본다. 결과를 의식하며 야구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결과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아서 '어떡하나' 싶다. 다른 팀 감독 할 때보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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