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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현지구호 기피할라"…'21일 의무격리' 논란

입력 : 2014.10.26 18:16|수정 : 2014.10.26 18:16


미국 뉴욕과 뉴저지주가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의 지침을 뛰어넘는 '21일 의무격리'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 주(州)는 24일(현지시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보다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에볼라 감염·의심 환자와 접촉한 뒤 귀국한 모든 의료진과 여행객에 대해 21일간의 의무격리를 명령했다.

이들 주에 이어 일리노이주도 의무격리를 실시한다고 밝힌 반면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는 의무격리를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볼라 대응에 대한 국가적 논쟁까지 가열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셀 가르시아 워싱턴DC 보건국장은 WP에 의무격리 조치가 과학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대부분이 자원봉사자인 서아프리카 파견 의료진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의무격리와 관련해 현지에서 에볼라 구호를 마치고 돌아온 미국 의료진들 사이에서조차 비난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후 9월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완치된 의사 릭 사크라는 자신의 시간을 쪼개 서아프리카로 달려가 에볼라 환자들을 치료하려는 의료인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서아프리카 현지 진료가 3주일인데, 귀국 후 다시 3주일간 격리되는 것이 시간상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라이베리아에서 '웰바디 얼라이언스'라는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는 감염내과 전문의 댄 켈리도 TV 인터뷰에서 "의료인력을 도리어 감염국에서 더 멀어지게 하는 조치"라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에볼라 확산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무격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조치의 첫 적용 대상자인 간호사 케이시 히콕스는 이날 댈러스모닝뉴스 온라인판 기고글에서 "경찰차 8대가 나를 병원으로 호송했는데 경적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불빛이 번쩍거렸다"며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으로 돌아올 많은 동료가 같은 시련을 겪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스스로를) 범죄자나 죄수처럼 느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히콕스는 '국경없는 의사회'와 함께 시에라리온에서 근무한 뒤 24일 뉴저지주의 뉴어크 리버티 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뒤 격리됐다.

1차 에볼라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온 상태다.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수시간 동안 관계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지만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도 비판했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뉴저지 지부장인 우디 오퍼는 AP통신에 "에볼라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의무격리 같은 강압적 조치를 하는 것은 각 주의 권력 남용이라는 심각한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7월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에볼라 치료활동에 참가하고 돌아온 간호사 켈리 사이츠는 NYT에 자신은 미국으로 귀국한 후 21일간 집 안에서 격리된 상태로 지냈다면서 "격리는 다른 사람들을 안전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필요한 것 같다"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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