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정치

北 김정은 '칩거' 후…최룡해 날고 軍 서열도 바뀌고

입력 : 2014.10.24 11:03|수정 : 2014.10.24 11:03

오진우 아들 오일정, 당 군사부장 보직 가능성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장에 앞서 호명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0일간의 '칩거'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북한 권부의 변화가 눈에 띈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지고 군부에서는 직무 및 서열의 변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 최룡해, 다시 날개 다나 최 당비서는 지난 5월 군 총정치국장에서 군복을 벗고 비서로 노동당에 복귀하면서 좌천된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실제로 북한 매체는 김 제1위원장이 참석하는 행사 때 수행자를 소개하면서 후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보다 한참 나중에 최 당비서를 호명했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이 40일간의 칩거를 깨고 공개활동을 재개하면서 최 당비서의 정치적 역할과 비중이 급격히 상승한 모양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14일 보도된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현지지도를 시작으로 24일 보도된 제526대연합부대와 제478연합부대의 실기동훈련 지도까지 총 6차례의 공개활동을 했고 최 당비서가 이 공개활동 모두에 참가한 유일한 '개근생'이다.

오히려 2인자라는 평가를 받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김 제1위원장의 김책공대 교육자아파트 현지지도 때 수행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특히 최 당비서는 군 총정치국장에서 밀려난 후 김 제1위원장의 동해 여도방어대 시찰 외에는 군 관련 활동에 수행하지 않았지만, 김 제1위원장의 칩거 후에는 두 차례 군 활동을 모두 함께 했다.

또 지난 22일 보도된 연풍 과학자휴양소 현지지도 때는 북한 매체가 김 제1위원장과 최 당비서가 단둘이 배를 타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와의 물리적 거리가 권력 서열을 가늠하는 척도인 북한 사회에서 이 사진 한 장은 최 당비서의 현재 정치적 위상을 보여준다는 것이 고위층 탈북자들의 지적이다.

한 탈북자는 "최룡해가 군에서 노동당으로 자리를 옮기기는 했지만, 김정은의 신임은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군부 업무·서열도 변화 조짐 김 제1위원장의 칩거 후 두 차례 군 관련 활동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오일정 당 부장이다.

오 당 부장은 남쪽에도 잘 알려진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그동안 당 민방위부장을 맡아 노농적위군 관련 행사에만 참석했다.

올해 2월에는 노농적위군 지휘성원열성자회의에 참석했고 김 제1위원장과 회의 참가자들의 기념사진 촬영도 함께 했다.

주로 예비전력인 노농적위군 관련 활동을 해온 오 당 부장이 김 제1위원장의 공군비행사 이착륙 훈련과 연합부대 실기동훈련 참관을 수행한 점으로 볼 때 노동당 군사부장으로 업무가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당 군사부장은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이 맡고 있었지만 사실상 명예직으로 활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최근 오일정 부장으로 교체하고 군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를 강화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군부 내 서열 변화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칩거 기간인 지난달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 때까지만 해도 리영길 군총참모장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앞에 호명됐다.

하지만 24일 보도된 연합부대 실기동훈련 참관자 명단에서는 현 인민무력부장의 이름이 먼저 불렸다.

현영철은 2012년 7월부터 작년 5월까지 군 총참모장을 지내면서 리영길을 총참모부 작전국장으로 데리고 있었다.

작년 5월 이후 군단장으로 좌천됐다가 올해 6월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됐지만, 서열상 총참모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북한에서 최광, 김영춘, 리영호 같은 비중 있는 인물이 총참모장을 맡으면 총참모부가 인민무력부를 앞서고, 오진우 같은 인물이 인민무력부장을 맡으면 총참모부의 위상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스템보다 인물에 의해 좌우되는 북한 군부의 서열상 현영철과 리영길의 호명순서 변화의 배경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