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현장브리핑] '242억 당첨' 로또 1등의 몰락…큰 돈 어디에 썼을까

박아름 기자

입력 : 2014.10.24 08:14|수정 : 2014.10.24 08:14

동영상

<앵커>

여러분 인생역전이라는 말이 있죠. 로또 당첨된 사람들에게 흔히 이 표현을 쓰는데, 그러나 이 인생역전 때문에 인생이 오히려 망가진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현장브리핑 오늘(24일)은 로또 1등에 당첨됐다가 사기 피해자로까지 몰린 한 남성의 기구한 사연 이야기를 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어서오시죠. (네, 안녕하십니까.)

이 남성이 로또에 당첨된 게 11년 전인데, 그당시 정확히 얼마를 받았습니까, 1등 당첨금으로.

<기자>

네, 우리나라에 처음 로또가 도입된 게 2002년 말입니다.

이 남성이 로또에 당첨된 건 2003년 5월 24일, 스물다섯 번째 로또 추첨이었는데요.

초창기다 보니까 일확천금의 열풍이 좀 거셀 때였습니다.

이때 당시 1등 당첨금이 242억 2천7백만 원이었는데요.

역대 두 번째로 큰 액수니다.

한 주 전에 이뤄진 24회 추첨 때 1등 당첨자가 안 나왔기 때문인데요.

이월금액까지 합쳐지면서 1등 상금이 484억 원을 넘었고, 숫자 6개를 맞춘 1등 당첨자가 두 명이 나오면서 각각 242억 원씩 가져갔습니다.

세금을 떼고 한 사람당 가져간 돈만 189억 원씩입니다. 

<앵커>

저도 그 당시에 로또 열풍에 대해서 언론들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이랬던 기억이 나는데, 자 그럼 189억 원이라, 이게 과연 탕진할 수 있는 돈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냥 쓰기만 해도 한참 시간이 걸릴 돈인데, 그 돈을 다 어디에 썼습니까.

<기자>

네, 엄청난 액수죠.

저 같으면 189억 원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시 주식 투자자였던 41살 김 모 씨가 이 돈을 다 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이 큰 돈을 어디에 썼을까 이게 사실 가장 궁금한 부분일텐데요.

일단 서초구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두 채를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쓴 돈이 30~40억 정도고요.

친인척의 병원을 설립하는 데 35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가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또, 가족에게 20억 원 정도를 줬다고 하고, 나머지 돈도 각종 투자와 소비로 5년 동안 모두 탕진했습니다.

그 많던 재산이 그야말로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 겁니다.

<앵커>

본인도 갑자기 너무 큰 돈이 생겨서 그랬겠습니다만은 주변의 도움이 있었으면 재산을 잘 지킬 수도 있었을텐데, 그랬지 못했던 모양이죠?

<기자>

네, 제가 어제 취재를 하면서 김 씨랑 가깝게 지낸 지인 한 분을 만나서 그간의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상대적으로 큰 금액을 갑자기 얻게 되니까 자산관리가 안 됐다고 합니다.

돈을 보고 몰려든 사람도 있었고요.

얘기를 한 번 직접 들어보시죠.

[김 모 씨 지인 : 성실한 사람인데 (주변에서) 다 빼앗은 거예요. 돈이 있으니까 주변 사람이 병원 투자해보라고 하고요. 식구들, 지인들, 가까운 사람들 많이 도와줬죠.]

주변 사람들한테 한 푼 두 푼 쓰다 보니 재산이 금방 바닥났고 결국은 주변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고 만 겁니다.

<앵커>

네, 돈을 다 쓴것은 그렇다치고 빚까지 지게 되었다면서요? 

<기자>

네, 이 이후로 생활이 좀 안타까워지는데요.

로또 당첨 후 결혼을 했다가 결국은 이혼에 이르게 됩니다.

미리 사둔 아파트를 담보로 사채를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1억 3천만 원의 빚까지 얻게 됐습니다.

불행은 또 이어졌는데요.

2010년에 인터넷 채팅에서 한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이때 김 씨가 스스로 주식투자전문가라고 소개하면서, 돈을 주면 선물옵션에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렇게 받은 돈이 1억 5천만 원 정도 되는데요.

결국은 돈을 갚지 못하고 사기 혐의로 고소까지 당합니다.

경찰의 설명 들어보시죠.

[박찬/서울 강동경찰서 경제팀 : 로또 1등 당첨금 240억 상당 영수증과 서초구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20억 상당 매매계약서 를 피해자에게 보여주면서 마치 자신이 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재력을 과시하고 1억 원 상당 피해액을 받은 겁니다.]

<앵커>

정말 기구한 사연이네요. 보통 사람에서 로또 1등 당첨자로 인생역전 했다가 또 인생역전이 된 이런 경우인데, 자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생활을 했습니까.  

<기자>

경찰의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러 와라 출석을 요구했는데 이에 불응하고 잠적했습니다.

3년 넘게 수배자 신세로 다니면서 찜질방을 전전했다고 하는데요.

사기 금액이 워낙 크다보니까 악성사기범 명단에까지 올랐습니다.

최근엔 강남에 있는 한 부동산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일주일 전쯤인 지난 15일,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자신이 주식투자에 전문지식이 있고 또 돈을 갚을 수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앵커>

네, 외국에 경우에도 보면 로또 당첨 됐다가 인생이 망가진 경우를 우리가 참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러나 누구나 아 로또 한 번 당첨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또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분의 경우를 보면 마냥 좋은 것 만은 아닌 모양이네요.

<기자>

네, 로또에 맞을 확률을 보통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로또 1등 당첨 확률이 814만 분의 1입니다.

엄청난 운이 따라야 하는 건데, 손쉽게, 또 갑자기 얻는 부가 독이 되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지난 3월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로또 1등 당첨으로 13억 원을 손에 쥐었던 30대가 8년 만에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도박과 유흥비로 당첨금을 모두 탕진한 뒤 휴대전화를 훔쳐오다 붙잡힌건데요.

무려 135차례에 걸쳐 휴대 전화를 훔쳤고, 또 4년 동안 도피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로또에 당첨된 이들이 돈에 대해 맹신하게 되고, 이 같은 물질만능주의 인식이 삶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로또 당첨이 누군가에게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한 번의 행운을 더 큰 요행을 바라다가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단 의미입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