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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깬 청주 '800만원대 분양가'…무슨 일 있었나

입력 : 2014.10.22 10:21|수정 : 2014.10.22 10:21


청주에서 아파트 분양가격 '800만원 시대'가 열렸다.

청주시는 지난 21일 분양가심사위원회를 열어 가마지구 힐데스하임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평균 815만원에 책정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 지역 아파트 분양가(이하 3.3㎡당 평균 가격)가 8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고 아파트 분양가가 800만원대로 회귀했다고 볼 수는 없다.

2007년 3월 대농지구 지웰시티 분양가가 1천139만9천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5개 유형이 중대형 평형이었던 데다 청주에서는 최초로 도입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2006년 두산 위브 제니스와 2007년 금호어울림도 평형에 따라 1천만원에 육박하는 분양가를 보였지만, 30형평대는 700만원대에 가격이 결정됐다.

물론 이후에도 건설사들이 800만원대를 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역 업체인 대원은 작년 6월 전용면적 84㎡, 105㎡, 131㎡ 등 3개 유형의 율량2지구 칸타빌 4차 분양가를 886만원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분양가심사위원회는 792만원으로 낮췄다.

무려 94만원을 깎은 것이다.

비슷한 시기 대농지구 하트리움도 시행사 두진의 요구액(879만원)보다 86만원 적은 793만원으로 조정됐다.

시가 아파트 가격 안정과 서민 주머니 사정을 고려, 분양가를 800만원 이하로 유도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힐데스하임 분양가 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힐데스하임 시행·시공사는 지역업체인 원건설(자회사 허밍건설)이다.

원건설은 분양가를 825만원으로 신청했지만, 겨우 10만원만 깎였다.

분양가 심사위의 한 위원은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힐데스하임은 2, 3차 우회도로 접점부에 있고, 대전·세종시, 산남지구와 인접해 개발 가능성 크다고 봤다"며 "단지 입지, 주변 시세, 앞으로 청주에서 분양될 아파트 가격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800만원대 분양가 책정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리한 입지와 이에 따른 아파트 가격 상승 기대감 등은 수요자들이 고려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심사위 진행을 본 건축디자인과의 한 공무원은 "위원들이 입지 조건만 따진 것이 아니라 표준 건축비 상승분, 마감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분양가 심사위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마라톤 심사를 벌였다.

중간에는 세종시의 모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아 가격과 마감재 등을 비교했다.

신철연 건축디자인과장은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되도록 800만원 이하에서 분양가를 책정해 달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 심사위는 교수, 주택관리사, 회계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9명과 시청 당연직 위원인 건축디자인과장 등 10명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힐데스하임 분양가를 책정할 당시 신 과장이 자리에 없었다는 데 있다.

업무 보고를 위해 시의회에 가 있었던 것이다.

신 과장은 의회에서 돌아온 뒤 "회의를 연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부하 직원을 나무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시장은 건축디자인과의 긴급 보고를 받고, 심사 근거를 상세히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당 800만원'의 벽을 무너뜨린 이번 결정은 동남지구, 테크노폴리스, 도시개발사업지구 등 다른 지구의 아파트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윤정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지은 아파트일 텐데 평당 800만원대 분양가는 과도해 보인다"며 "분양가 기준을 높였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신호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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