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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트레킹족 구조에 이스라엘 공동체 있었다

입력 : 2014.10.21 11:07|수정 : 2014.10.21 11:07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으로 큰 역할…네팔 정부의 더딘 대응과 대조


네팔 히말라야 지역에서 발생한 폭설과 눈사태로 지금까지 39명이 사망한 가운데 당시 네팔 당국의 더딘 대응과 달리 현지의 이스라엘 공동체가 트레킹족 구조에 큰 역할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차바드 하우스의 랍비 예헤츠켈 리프쉬츠는 지난 14일 오후 다급한 구조요청 메시지를 받았다.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다가 폭설과 눈보라를 만난 트레킹족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각 트레킹 코스의 찻집에 갇혀 있는 이스라엘 등반객들이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도 이스라엘 대사관에 전달됐다.

이스라엘의 한 여성이 히브리어로 종이쪽지에 "등산로에 있는 찻집에 이스라엘인들이 갇혀 있다. 생명이 위험하다. 도와달라"고 적은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를 건네받은 네팔인 짐꾼은 말을 타고 쏘롱라 고개(해발 5천461m)로 향하는 길목의 캠프로 가 이스라엘인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곧바로 카트만두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으로 연락이 취해졌다.

이스라엘 등반객들이 갇혔다는 소식을 접한 이스라엘 관리들은 폭설이 덮친 지역의 네팔 관리들과 다른 국가 대사관들에 연락을 취했고 랍비 리프쉬츠도 곧바로 트레킹 알선업체 등에 전화를 걸어 수색작업을 요청했다.

정통 유대교를 신봉하는 신자들이 운영하는 유대인 공동체 센터인 차바드 하우스는 15년 전부터 매년 군 복무를 갓 마친 이스라엘 젊은이 수 천명이 히말라야 트레킹 준비를 위해 들르는 장소다.

차바드 하우스는 곧바로 수색작업을 위해 전시 작전실처럼 바뀌었다.

리프쉬츠는 이스라엘로부터 빗발치는 문의 이메일과 페이스북 메시지 등에 응답하는 한편 이스라엘 등반객들의 이름과 그들이 고립된 지역 및 상황 등이 적힌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수시로 업데이트했다.

자원봉사자들도 이곳에서 이스라엘 대사관과 전화연락을 취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이스라엘 측의 이 같은 신속한 대응은 효과를 냈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20일까지 수백명의 히말라야 등반객들이 안전하게 구조됐으며 이중 200∼250명이 이스라엘인이라고 밝혔다.

네팔 내무부는 이번 사고로 이스라엘인 4명을 포함해 39명이 숨지고 실종자 수는 10명 미만이라고 밝혔다.

네팔 당국자들은 이 같은 신속한 대응에 비해 당국의 수색 및 구조작업이 더뎠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장비와 정보, 부처 간 협조 부족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네팔 관광·민간항공부의 수레쉬 아차리아 국장은 관련 부처 간 공조 미비가 초기 수색 작업에 차질을 가져오고 민간 헬기들의 수색작업 투입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쏘롱라 고개로 가는 길목에 있는 머스탱 지역 경찰서의 고빈다 프라사드 파삭 경정도 "구조작업에 직원들을 즉각 투입하기 위한 장화와 의복 등 적합한 장비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모두 24구의 희생자 시신이 발견됐다.

네팔 군 대변인은 어느 지역에 많은 등반객이 고립돼 있는지,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와 같은 정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슬로바키아 출신 등반객들을 구조하는 작업을 지원한 네팔 현지 의사 겸 등반가 니마 남기알 셰르파는 이번 사태는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네팔에서 국가 차원의 유능한 구조기관의 설립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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