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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 드라마에 볼거리를 더하다

강경윤 기자

입력 : 2014.10.21 13:30|수정 : 2014.10.21 13:30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 마지막 공연의 커튼콜은, 그 어떤 공연에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무대에 선 배우들은 눈물을 훔치며 서로를 얼싸안았고, 이를 보던 관객들 몇 명도 눈물을 흘렸다. 박수소리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객석을 가득찼다.

2014년 서울예술단이 내놓은 창작가무극은 한글날인 10월 9일 막을 올려 단 11일 공연됐다. 짧은 시간이었기에 더 여운이 남는 것일까.

정혜진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예술단의 안무와 무대 장악력은 그물처럼 촘촘했으며, 배우 서범석과 김도빈, 최정수의 연기는 각각 세종과 강채윤, 무휼의 옷을 입고 자유롭게 바다를 헤엄쳤다.

‘뿌리 깊은 나무’는 총 160분의 러닝 타임을 통해서 강채윤의 성장, 세종의 번뇌와 도전, 가리온과 소이 등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 등을 시간 순으로 진행시켰다. 한 계단 씩 돌을 쌓아올리듯 스토리 위에 다음 스토리를 얹는 정공 방식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이미지

각기 다른 스토리가 하나로 뭉쳐 하나의 결말을 탄생 시키듯, 각기 다른 인물들의 스펙터클한 삶들은 조선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벌어졌던 ‘위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주제에 안착했다.

“원작에 대한 기대감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원작 소설의 상상력과 드라마의 완성도를 흡수함으로써 뮤지컬의 상승작용으로 변화했다. 서울예술단이 쌓아온 퍼포먼스 노하우는, 고무줄을 잡아당기듯 팽팽한 긴장감을, 대왕세종의 리더십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리더의 부재 속 혼돈을 겪는 현대인에게 충분히 곱씹을 만한 선물을 선사했다.

‘천민’의 피를 갖고 태어나 계급에 무릎 꿇은 가리온을 비롯해 몇몇 인물의 설정은 동명의 드라마와 다른 결말을 맞는다. 무대 구성은 구조적 요소를 최소화 하고 조명과 이동 무대로만 꾸몄다. 퍼포먼스만큼 보다 구조적으로 조선 궁궐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장치를 마련했으면 더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은 조금 남는다.

이런 사소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의 초연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수작으로 평가된다. 초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을 향한 기대는 갑절이 된다. 원작 소설의 상상력과 동명의 드라마의 완성도를 딛고 뮤지컬 장르로 탄생한 ‘뿌리 깊은 나무’는 또 한편의 명작으로 기억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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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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