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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남침시 핵무기 사용 불사' 패네타 회고록 논란

입력 : 2014.10.15 07:49|수정 : 2014.10.15 07:49


'한반도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해 필요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공언한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고 시사잡지 '뉴스위크'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뉴스위크는 이날 "패네타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별것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핵 종말'의 전망을 어떻게 그리 과감하게 제기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폭넓게 나타났다"면서 전문가들의 다양한 반응을 소개했습니다.

뉴스위크는 우선 일부 전문가들의 논평을 인용해 패네타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비현실적이고 위험스럽게 상황을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전직 고위관리는 "전형적으로 우둔한 미국관리의 발언"이라며 "한국인들이 이런 뉴스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겠느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게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이것이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해군전쟁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테렌스 로우릭은 패네타 전 장관의 발언이 엄밀히 말해 '뉴스'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로우릭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서명한 한미 공동비전 선언을 보면 확장억지 전략에 '핵우산'(nuclear umbrella)이 포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핵우산'은 핵무기를 보유한 우방의 핵전력에 의지해 국가 안전보장을 도모한다는 의미로, 적국이 핵공격을 하면 우방이 대신 적국에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해 적국이 먼저 핵공격을 할 의지를 꺾는 억지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로우릭은 "북한이 1950년과 같은 방식으로 남침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균형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평가전략센터 소속 리처드 피셔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당국자들은 최초의 핵무기 사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수년간에 걸쳐 한국, 일본과 비공개 논의했다"며 "그러나 최근까지 현직에 있던 전직 고위관리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핵군축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비확산 센터 소장은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루이스 소장은 "미국은 단순히 한국인들이 듣기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은 핵무기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뉴스위크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무기 사용 정책이 자신들의 핵무기 재고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의도적 모호'(studied ambiguity) 전략과 닮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1991년 조지 H.W.부시 행정부 때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했음에도, 철수 과정은 2010년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잠수함에서 핵무기를 퇴역시킬 때까지 지속됐다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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