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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경기만의 데뷔골…황태자 '기호 1번' 남태희

입력 : 2014.10.10 22:10|수정 : 2014.10.10 22:10


남태희(23·레퀴야)가 파라과이전 맹활약으로 한때 '옆집 아저씨'였던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남태희는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1-0으로 앞선 전반 32분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쐐기골을 꽂아넣었다.

독일 출신의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팬들 앞에 자신의 축구를 처음 펼쳐보인 경기였다.

새 감독 체제가 들어서면 어느 선수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어느 팀이던 감독이 선호하는 '황태자 계보'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당초 독일어에 능통한 차두리(FC서울)나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에이스' 손흥민(레버쿠젠)이 선발 출전해 슈틸리케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반전 이들은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았고 슈틸리케 감독에게 가장 먼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중동에서 잊혀져가는 것처럼 보였던 남태희였다.

그는 이날 '1득점'이라는 기록이 너무나도 부족하게 느껴질만큼 만점 활약을 펼쳤다.

전반 27분 이청용(볼턴)의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흘려보내 김민우(사간 도스)의 선제골에 일조했다.

5분 뒤에는 이용(울산 현대)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낮은 크로스를 골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갈랐다.

그의 A매치 13경기만의 데뷔골이었다.

전반 38분에는 발재간을 자랑하며 문전까지 침투해 다시 한번 슈팅을 날렸고 전반전 종료 직전에는 오른발 발등으로 찬 절묘한 패스로 조영철(카타르SC)에게 골 찬스를 안겼다.

남태희는 홍명보 감독이 이끈 2012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서 조별리그부터 전 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동메달 신화에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A대표팀 감독이 된 홍 감독은 지난해 11월 중동에서 열린 러시아, 스위스와의 평가전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남태희를 그라운드에 세우지 않았다.

그는 2013-2014시즌 정규리그에서만 12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소속팀을 카타르리그 정상에 올려놓았으나 브라질행은 결국 무산됐다.

그에게 다시 믿음을 보낸 이는 한때 '옆집 아저씨'였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 리그에서 활동할 때 남태희의 옆집에 살았다고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를 발탁하면서 "남태희가 어떻게 훈련하고 얼마나 규율이 잘 잡힌 선수인지 잘 알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고 남태희는 이날 골로 화답했다.

브라질행 무산으로 맛봤던 아픔을 생각하면 남태희에게 이번 1골 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가 슈틸리케 감독의 진짜 '황태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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