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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한 채 어머니 사는 곳에 불 지른 20대…'아찔했던 순간'

입력 : 2014.10.10 16:33|수정 : 2014.10.10 16:45


사회에 불만을 품은 20대 남성이 지난 2일 100여명이 사는 아파트 곳곳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아찔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당일 귀가하던 주민이 때마침 불이 난 것을 보고 급히 꺼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은 '대형 참사가 날 뻔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김모(27)씨는 지난 2일 오전 4시 10분 어머니가 사는 양산시내 아파트 계단 틈 사이로 16층에서 5층까지 나일론 끈을 늘여뜨려놓고 일회용 라이터와 신문지를 이용, 5층에 있던 끈에 불을 붙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아파트에는 16층과 5층 사이 계단과 복도 곳곳에 휘발유가 뿌려진 상태였습니다.

또 김씨가 준비해온 20ℓ짜리 기름통 3개, 휘발유가 담긴 2ℓ·500㎖짜리 페트병 22개, 부탄가스통 10개가 군데군데 있었습니다.

총 16층인 이 아파트에는 주민 120명이 살고 있어서 초기 진화가 되지 않고 휘발유병이나 부탄가스 통으로 번졌다면 엄청난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방화 사건은 김씨가 불을 내고 아파트를 빠져나간 직후 귀가한 한 주민 덕분에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이 주민은 휘발유 냄새를 맡고 관리사무소에 곧바로 신고했으며 직접 진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리사무소 측은 "주민 신고를 받고 올라가보니 5층에 불이 붙어 있었다"며 "주민이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려고 했는데 작동이 잘 안 돼 아파트 밖에 있는 수돗물을 대야에 받아 불을 껐다"고 말했습니다.

김씨가 '도화선'으로 삼으려고 한 나일론 끈이 불에 잘 타지 않는 점도 다행이었습니다.

불은 얼마 안 돼 꺼졌지만 관리사무소 측 방송과 소방당국의 안내를 받은 주민들은 바깥으로 대피해 한 시간이 넘게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주민 이모(19·여)씨는 "자는데 누가 초인종을 누르며 '불이 났으니 대피하라'고 해 놀랐다"며 "큰 피해가 날 뻔했는데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고 안도했습니다.

다른 주민 김모(33·여)씨는 "휘발유 냄새가 진동하는 계단을 통해 대피하면서 많이 무서웠다"며 "오전 6시가 가까이 돼서야 '집에 들어가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 CCTV 등을 분석, 김씨가 긴 머리 가발을 쓰는 등 여장을 하고 범행한 사실을 확인하고서 다시 어머니 집으로 들어가던 김씨를 검거했습니다.

김씨는 "자영업을 하면서 빚을 많이 졌는데 사회적으로 불만이 많아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의 진술을 토대로 다양한 범행 동기를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편 양산소방서 측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당황하지 않도록 평소 소화기·소화전 사용법을 잘 익혀둬야 한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소방시설이 잘 작동하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