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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위급 3인 방남 3일 만에 남북 함정 '사격戰'

입력 : 2014.10.07 15:46|수정 : 2014.10.07 15:46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으로 남북 간에 대화국면이 다시 열린 지 3일 만인 오늘(7일)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며 긴장을 조성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북한 경비정은 퇴각을 요구한 우리군의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무시하고 우리 함정을 향해 사격까지 실시, 남북 함정 간에 10여분 동안 '사격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해군의 유도탄고속함은 오전 9시50분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자 경고방송에 이은 경고사격으로 76㎜ 5발을 발사했습니다.

이에 북한 경비정은 즉각 기관포로 추정되는 화기로 대응사격을 했고, 해군 유도탄고속함도 76㎜와 40㎜ 함포로 대응했습니다.

우리 군과 관계 당국은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고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응사격을 한 의도를 분석 중입니다.

비록 경고 및 위협성 대응사격이었지만 남북 함정이 상호 사격을 한 것은 2009년 11월 10일 발생한 대청해전 이후 근 5년 만입니다.

일단 북한 경비정의 이번 NLL 침범은 남북 대화 분위기로 국면이 전환되는 가운데 우리 군의 대응 태세를 떠보는 한편 향후 2차 고위급 접촉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으로 끌고 가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긴장 해소 부분도 다뤄야 한다는 점을 시위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이를 위해 NLL을 넘는 행동을 하면서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사회·문화 교류, 이산가족 문제 해결, 인도적 지원 확대, 생태 협력 등 비정치적 분야를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단계적 접근을 하는 반면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 남북 간 적대 상태 해소 등의 '근본 문제'를 중시하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최근 북한은 관영 매체를 앞세워 6·15선언과 10·4 선언의 전면적 이행을 남측에 촉구하면서 10·4 선언의 결과물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문제부터 이행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2차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이런 주장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앞서 NLL에서의 불안정한 군사적 대치 상황을 부각시키려 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됩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 의도에 대해 "북한 어선을 단속, 통제할 목적으로 내려왔거나 북한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NLL 무력화를 위해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형성된 남북대화 국면과 관계없이 북한 군부세력이 NLL 문제 등 군사적 현안에서 강경한 원칙적 태도를 고수할 방침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군부 내 강경세력 중 일부가 이번 남북관계 국면전환에 불만을 품은 것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경고 사격이) 지금 남북관계 전반이 개선될 수 있는 계기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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