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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대표단 객실도 예약…'1박' 염두에 뒀나

입력 : 2014.10.05 17:56|수정 : 2014.10.05 17:56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4일 방남 당시 정부는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호텔 객실들을 예약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부가 북한 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을 위한 체류 연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3일 방남 합의 직후 황병서, 최룡해·김기남 등 대표단의 당일치기 방남 계획을 우리 정부에 전해왔다.

우리측 항공 당국에 제출된 북한 대표단을 태우고 올 IL-62 항공기의 비행계획서에도 4일 오전 인천에 도착해 밤 10시께 이륙하는 일정이 담겼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이 초중량급 실세들로 구성된 만큼 정부는 이들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 등의 메시지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병서 일행의 4일 오후 일정이 북한 선수단 격려와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등으로 꽉 차 있어 청와대 예방을 희망하면 체류 기간을 연장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때 김기남 당 비서를 단장으로 한 특사조문단이 당초 계획을 변경, 체류 일정을 하루 늘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전례도 있었다.

우리측은 4일 오찬회담에서 조심스럽게 북측 대표단에 청와대 예방 가능성을 먼저 타진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단은 이미 알려진 대로 시간상의 이유를 들어 청와대 예방을 사실상 거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예방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간접적인 타진이 있었다"면서 "북한은 자기들은 선수단 격려도 가야 하고 폐회식 참석도 있고 저녁때 바로 돌아가는 일정이라 어려울 것이란 표현이 있었다"고 전했다.

북측의 김양건 당 대남비서가 이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인천의 호텔 객실 여러 개를 예약해 북측 대표단에 제공한 것이 황병서 일행의 숙박까지 고려한 것은 아니고 휴식 겸 여장을 푸는 장소를 제공하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처음부터 보내온 일정이 그날 와서 밤에 간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숙박 준비)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만일 정말 북한 대표단이 청와대를 예방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면 서울에 숙소를 마련했을 것"이라며 "인천의 호텔 객실 마련은 북측 대표단의 일정이 비었을 경우를 대비한 휴식용으로 준비된 것이고 하루만 예약이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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