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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돈 몇 푼 아끼려다…'벌금 폭탄'

박병일 기자

입력 : 2014.10.06 09:16



제가 아는 여성 한 분이 미국에 처음 와서 운전하다가 실수로 신호를 위반했습니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순찰차가 이 상황을 목격하고는 그 차를 도로 가에 정차시켰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에서는 경관이 따로 요구하지 않는 한 차에서 절대 내려선 안됩니다. 그리고 두 손이 다 보이도록 운전대 위에 손을 얹고 운전석 창문을 연 상태로 얘기해야 합니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여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 분은 많이 당황한데다 10만 원쯤 하는 범칙금이 너무 아까워 이른바 ‘서울 식’으로 행동했던가 봅니다. 경관이 다가오는데 덜컥 차에서 내렸고, 그것도 모자라 경관의 팔을 붙잡고는 봐달라고 통사정했던 겁니다. 하지만 경관은 여성에게 교통위반은 물론 공무집행 방해 (경찰의 팔을 잡으면 안 됩니다.) 혐의까지 적용해 벌금 500달러 (50만 원)을 물게 했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경험해보셨겠지만 자기 잘못 때문인데도 불구하고 범칙금을 내려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시애틀에서도 돈 몇 푼 아끼려다가 벌금 폭탄을 맞은 여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프리웨이’ (우리로 치면 고속도로에 해당합니다)는 말 그대로 대부분 무료입니다. 그런데 도심을 통과하는 프리웨이의 경우는 교통 체증이 심해서 이를 해소할 방안의 하나로 1차선을 ‘카 풀 레인’ (2인 이상 탑승할 경우에만 들어갈 수 있는 차선)으로 지정한 곳이 많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이 ‘카 풀 레인’을 유료 구간으로 지정해 2명 이상 탑승한 차량은 돈을 받지 않고 1명만 탄 차량은 돈을 받는 프리웨이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405번 프리웨이가 이에 해당하는데 도로 곳곳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이를 감시합니다.
취파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미국 서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5번 프리웨이를 지나던 미니 밴 한 대가 시애틀에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제한 속도가 60마일 (시속 96km)인 구간에서 74마일 (시속 118km)로 달리다가 순찰차에게 적발된 겁니다. 그런데 이 미니 밴이 달리던 도로는 앞서 말한 ‘카 풀 레인’이었습니다. 경찰이 차를 세우고 다가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조수석에 커다란 곰 인형 (teddy bear)이 놓여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미니 밴을 운전하던 19살 여성 운전자는 아침 러시 아워 때 도로 체증을 피하기 위해 조수석에 커다란 곰 인형을 사람처럼 앉혀놓고 운전했던 겁니다. 그것도 안전벨트까지 채워놓고 말입니다. 경관도 운전석 창문을 내리기 전까지 차 안에 두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이 19살 여성 운전자는 속도위반에다 카 풀 레인 위반 등으로 무려 818달러, 우리 돈 82만 원 가량의 벌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취파
그런데,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만 합니다. 순간의 판단 실수로 엄청난 대가를 치른 사례가 플로리다에서 있었습니다. 마이애미에 사는 왓킨스라는 여성(19살)이 차를 몰고 가던 중이었습니다. 전조등 하나가 꺼져 있었고 이를 본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렸습니다. 만일 이 여성이 곧바로 길가에 차를 세웠더라면 아마도 ‘경고’조치 정도를 받는 데 그쳤을 겁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순찰차가 자신을 세우려는 이유가 다른 데 있다고 생각했던가 봅니다. 차 뒷좌석에는 14살 된 조카가 있었고, 그 옆에는 자신의 아기가 있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아기는 별도의 ‘카 시트’에 앉혀야 합니다. 이 여성은 경관이 와서 이를 보면 범칙금을 물릴 것이라고 생각해 일단 500미터 가량을 서지 않고 달렸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뒤에 있던 조카에게 아기를 빨리 뒤쪽 트렁크 쪽으로 옮겨 놓고 뭘로 덮어놓으라고 시켰습니다. (안에서 뒤 트렁크로 옮기게 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SUV 차량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취파
아기를 뒤 트렁크에 옮긴 뒤 여성은 차를 갓길에 세웠습니다. 경관이 다가와서는, 정차 명령을 무시하고 왜 달아났느냐면서 면허증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 면허증도 없었던가 봅니다. 경관이 여성을 차에서 내리게 했고 차량 조회를 하려고 순찰차로 가는 순간, 갑자기 뒤 트렁크 쪽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났습니다. 경관이 뒤 트렁크를 열었고 그 안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트렁크 안에는 커다란 전지 가위 (나뭇가지나 자르는 가위)와 녹슨 철제 옷걸이, 끝이 뾰족한 CD 케이스들과 녹슨 타이어 휠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스 통까지 들어있었습니다. 5백미터는 그다지 긴 거리는 아니지만 아이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각종 잡동사니 속에 아기를 처박아 둔 겁니다.
취파
이 여성은 현장에서 연행돼 구속됐습니다. 혐의는 아동 학대, 경찰 지시 불이행, 무면허 운전, 안전벨트 미착용 등이었습니다. 여성이 재판을 받을 때까지 아기는 플로리다 아동 보호국에 맡겨졌습니다. 이 여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려면 7천 달러, 우리 돈 700만 원의 보석금을 내야 합니다. 운전해서는 안 될 여성이 운전까지 하고, 그냥 경고 한번 듣고 말 일을 잘못된 판단 때문에 되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