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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시리아 온건 반군 오폭할 뻔…정보 공유 없어

입력 : 2014.10.01 07:17|수정 : 2014.10.01 07:17

"시리아 반군, 미국 대신 IS에 협조하는 역효과 발생"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공습에 나선 미국이 우호 세력인 시리아 온건 반군을 오폭할 뻔했다.

아울러 미국은 IS 격퇴전에서 자국군 대신 지상 전투 임무를 수행할 시리아 온건 반군과 전략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비스트는 두 명의 시리아 반군 지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군과 시리아 온건 반군의 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독점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주도의 공습 중 폭탄이 이들리브 지역 외곽 시리아 온건 반군인 자유 시리아군(FSA) 사령부에서 200m 떨어진 건물에 투하돼 적지 않은 FSA 소속 병사가 사망했다.

폭탄이 떨어진 건물은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이 사용하던 곳이다.

알누스라 전선과 자유 시리아군은 이웃 건물을 쓰며 IS에 공동 대응해왔다.

후삼 알마리에 FSA 대변인은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와 미군이 전혀 공조하지 않은 탓에 우리 본부 코앞에 폭탄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공조 없는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미군은 사람도 없는 IS의 빈 건물에 폭탄을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이 사람들과 함께 거주하는 알누스라 전선을 공격 목표로 정하면 자연스럽게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 미국 주도의 공습은 IS에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현지 우호 세력과의 정보 공유 실패로 인한 미국 주도의 독단적인 공습은 도리어 온건 반군을 IS 쪽에 밀착하도록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FSA 지도자들은 보고 있다.

알마리에 대변인은 "공습 전에는 테러리스트(IS)에 대항해 싸우는 테러리스트(FSA, 알누스라 등 시리아 반군 세력)가 있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적(미국)을 위해 단결하는 테러리스트를 볼 수 있다"며 "이는 우리가 보기를 원치 않는 장면"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반군 세력의 지도자도 "FSA가 IS 궤멸을 위한 여러 알짜 정보를 미군 측에 넘기고 있지만 미군이 이 정보를 활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며 "미군과 온건 반군 세력 사이에 정보가 원활하게 교류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온건 반군 측이 미군에 공습 전 폭격과 관련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미국은 지금껏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시리아 반정부연합체인 시리아국민위원회(SNC)의 하이 알바흐라 의장이 지난주 뉴욕에서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IS에 대항할 미국과 FSA의 합동작전센터 개설을 요청했지만 라이스 보좌관은 애매한 태도만 보였다고 데일리비스트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IS 격퇴전에서 미군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 대신 미국이 무장·훈련을 지원하는 시리아 온건 반군을 앞세워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치를 복안을 세웠다.

그러나 공습 회의론과 지상군 투입론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공조 부재로 시리아 온건 반군마저 돌아선다면 전체 전략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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