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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회사, 특허권 해외이전으로 세금회피 빈축

입력 : 2014.10.01 05:09|수정 : 2014.10.01 05:09


미국 정부가 본사의 해외이전을 통한 대기업의 세금회피를 가로막고 나서자 일부 제약사가 특허권을 외국으로 옮겨 세금을 줄이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고가 의약품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제약회사, 생명공학회사 사이에서 이런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알에 1천 달러(약 105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논란을 빚었던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를 만드는 길리드 사이언스가 지목되고 있다.

길리드 사이언스의 본사는 미 캘리포니아 주(州)에 있지만 보유했던 특허권들은 아일랜드에 있는 자회사로 이전됐다.

따라서 '소발디'가 팔리더라도 과세는 미국보다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서 이뤄진다.

미국에서의 세율은 35%지만, 아일랜드에서는 12.5%에 불과하다.

'소발디'가 작년 12월 승인받고서 올해 6월까지 벌어들인 60억 달러(6조3천300억원)는 대부분 미국에서 판매됐다.

상당 부분은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등 미국의 공공의료 프로그램에서 지불되기 때문에 '정부에는 고가의 약으로 바가지를 씌워놓고, 미국 내에서 내야할 수억 달러의 세금은 회피한다'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금난으로 고전하다가도 한번 '대박'을 터뜨리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생명공학업체로서는 굳이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를 감행할 필요가 없다.

황금알을 낳아주는 핵심은 특허권이기 때문이다.

특허권만 외국으로 옮겨놓아도 절세 효과는 상당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솔리리스'를 생산하는 알렉시온 파머슈티컬스도 이 약에 대한 일부 특허권을 아일랜드에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특허권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의 경우, 유명 안과치료제인 '아일리아'의 해외판매에 대해 아일랜드에서 과세가 되도록 해놓았다.

전문가들은 '소발디'의 경우도 길리드가 특허권뿐 아니라 제조, 유통 활동까지 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인 버거킹은 캐나다 커피 체인 팀 홀튼을 11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가 '세금 바꿔치기' 시비에 휘말렸다.

외국의 거점 기업을 인수한 뒤 본사를 그쪽으로 옮겨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가는 이 방법은 미국 대기업들에겐 고전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는 등 제동을 걸면서 최근에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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