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변하도록 친구와 요트를 사랑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꿈을 키워온 소녀들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 정상을 향한 항해의 닻을 올렸다.
26일 인천 영종도 왕산 요트경기장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420급에 출전한 이나경(18)·최서은(18·이상 양운고) 조는 이날 치러진 7·8차 레이스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5차 레이스까지 치러진 전날 중간 순위에서 2위에 13점 뒤진 3위에 머물렀던 이나경·최서은은 이날 선전으로 2위와의 격차를 4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꾸준히 3위권을 유지하며 순위 향상을 노리는 이들은 부산 해강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3년부터 10년간 팀워크를 맞춰온 '환상의 짝꿍'이다.
최서은은 "초등학교 옆의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자주 지나다니다가 관심이 생겨서 요트를 타게 됐다"고 어린 나이에 요트에 입문한 계기를 털어놨다.
그러자 이나경은 "서은이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처음 만났다. 2학년 때 부모님께 서은이가 요트를 탄다고 말씀드렸더니 같이 가보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친구 따라 강남 간 것"이라고 웃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요트 인생은 이후 해강중과 양운고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졌다.
11년을 친구로, 10년을 요트 동료로 지냈으니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척척 아는 사이다.
이나경은 "지금 서은이는 오늘 시합을 잘해서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라며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가족 이상으로 정말 잘 아는 사이"라고 친구와의 우정을 자랑했다.
지금이야 당당히 대표팀의 일원으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지만 넓은 바다에 맞서는 것은 어린 나이의 이들에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서은은 "중학생들이 타는 옵티미스트급을 탈 때만 해도 정말 바다가 무서웠다"면서도 "지금은 적응이 돼서 바다와 바람이 무섭지 않다"고 힘차게 말했다.
한국에서 요트는 아직 대중적인 스포츠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종합 체육대회의 한 종목이지만 이날 왕산요트경기장에는 선수와 관계자들을 제외한 일반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은 분명히 있으나 요트만의 매력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이나경과 최서은은 "요트는 여자 실업팀이 없어서 진로가 불투명하다"면서도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바다에 나가면 속이 트이고 성적이나 비인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싹 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아시안게임 메달을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왔다"며 "많은 분이 요트를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