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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섭의 OB以樂(오비이락)] 냉정과 열정사이

입력 : 2014.09.26 15:12|수정 : 2014.09.26 15:12



   KLPGA 투어 중계방송을 하면서 점점 투어가 발전하고, 팬층이 두꺼워지는 것을 보는 것은 골프중계 캐스터로서의 행복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일부 스타 선수들에게만 집중되었던 팬십이 전체 선수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갤러리가 특정 조에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 코스 곳곳에 흩어져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올 초부터 두드러졌는데요, 팬 카페의 활동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활동은 올해가 최고이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갤러리로 골프대회를 관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지런해야 하고, 열정적이어야 하는지를 알기에, 전체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갤러리가 늘어나는 것이 무척 즐겁고 감사하고 더불어 KLPGA 투어의 인기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갤러리 문화가 열정을 넘어 과열양상을 띄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들도 보게 됩니다.
  선수들과 선수 가족들, 캐디들로부터 시의적절하지 않은 응원함성이라던가, 지난친 고성으로 오히려 경기에 방해가 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얼마전부터 들어왔는데요, 지난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은 그런 사례가 여과없이 방송을 타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습니다.
  방송을 보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특정 선수에 대한 시기에 맞지 않는 응원소리와 골프선수를 향한 응원으로 듣기에는 좀 거북한 응원소리가 경기 중간중간 또렷하게 들렸는데요, 특히 다른 선수가 샷이나 퍼팅을 준비할 때 본인이 응원하는 선수에 대한 응원을 보낸 것은 고의적으로 다른 선수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대회 외적인 일이지만, 대회 기간 중에 해당 골프장에서 모 유명 가수의 콘서트가 있었는데요, 그 때도 누군가 모 골프선수를 응원하는 소리를 질러서 해당 가수와 관람객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응원문화에 대해 고덕호 해설위원이 마지막 라운드 중계방송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런 응원소리는 응원이 아니라 선수를 민망하게 만드는 그래서 오히려 선수의 경기력을 저하시키는 방해요소일 수 있습니다. ‘ㅇㅇㅇ선수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것도 시기적으로 맞지 않으면 그럴진대 ‘우윳 빛깔’이라뇨......

  프로스포츠가 관중과 함께 호흡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경쟁이 심해질수록 응원도 격화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구요. 축구나 야구같은 스포츠에서 관중들의 잘못된 열정으로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스포츠가 대개 상대가 있고, 상대를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현상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골프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골프도 경쟁이고 상대를 이겨야 하지만 그 과정이 다른 스포츠와는 좀 다르니까요. 골프라는 스포츠는 본인의 경기 결과를 상대와 비교하는 것일뿐, 상대와의 직접 대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매치플레이 방식은 좀 다르다고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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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에서 가장 이상적인 응원은, 해당 선수가 본인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선수가 샷이나 퍼팅을 준비할 때 조용히 지켜봐주고, 선수가 이동할 때는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고, 해당 홀에서의 스코어에 관계없이 박수를 보내주고, 동반자들의 경기까지 배려해주는 응원, 이런 응원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물론 올바른 갤러리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비단 갤러리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원활한 대회운영을 위한 통제를 피할 수 없다면 그만큼의 보상 혹은 서비스가 동반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설령 갤러리에 대한 보상이나 서비스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저 골프가 좋아서, 특정 선수가 좋아서 열정적으로 대회장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골프가 더 좋아지고, 특정 선수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때로는 냉정을 찾아야할 때도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KLPGA 투어는 점점 더 열기를 더해가고,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지고 있는 요즘,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갤러리 문화도 점점 더 무르익어 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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