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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나이는 숫자일뿐"…어르신들의 열혈봉사

입력 : 2014.09.26 09:08|수정 : 2014.09.26 09:08

91세 이연수, 82세 오상근 어르신 일본어·중국어 통역봉사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나라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인천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 이연수(91) 옹은 1만3천여 명의 자원봉사자 중 최고령 봉사자다.

선수촌 안내센터에서 일본어 통역 업무를 맡은 그는 언제나 환한 미소로 일본 선수들을 맞이하며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왼쪽 귀에 보청기를 끼긴 했지만 통역 업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일제 치하 때 보통학교와 경성공립중학교에서 배운 일본어를 수십년 뒤에 이렇게 활용할 것이라곤 그 역시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내가 사는 인천에서 열리는 큰 행사고 마침 나이는 상관이 없다기에 구청에 신청했다"며 "나이가 많아 떨어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봉사할 기회를 줘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을 우려해 일정이나 근무시간을 배려해 주겠다는 조직위원회의 제안도 거절했다.

당당히 면접을 보고 합격했기 때문에 나이 때문에 특별한 배려를 받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광일 조직위 자원봉사팀장은 26일 "항상 선수들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성심껏 도와주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자원봉사자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늘 유지하고 계셔서 다른 젊은 봉사자에게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 자원봉사단
문학경기장에서 중국어 통역 업무를 맡은 오상근(82) 옹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일찌감치 경기장에 나와 통역뿐 아니라 스스로 경기장 청소 등 궂은 일도 함께 거들고 있다.

그는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때도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약했다.

젊은 시절 대만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익힌 중국어로 나눔의 기쁨을 즐기고 있다.

그는 "서울올림픽이나 인천아시안게임이나 대회 규모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기쁨에는 별 차이가 없다"며 "이런 큰 대회에서 봉사하는 것은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봉사활동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선수촌 세탁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배종인(68) 어르신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일하는 선수촌 '비추온 세탁장'은 하루 세탁량만 1천건이 넘어 100대의 세탁기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곳이다.

선수들이 가져오는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어 빨고 건조까지 하다 보면 앉아서 쉴 틈도 거의 없다.

세탁물이 쌓이다 보니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시간 중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깨끗해진 옷을 돌려받고 환하게 웃으며 고마움을 표하는 선수들을 보면 피곤함이 싹 가신다고 한다.

그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계속 돌리다 보니 세탁실이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좀 덥긴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들지도 않다"며 웃음을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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