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태권도 대표 선발전의 승부 조작 의혹이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수사에 앞서 지난해 5월 편파 판정에 항의하며 선수 아버지가 자살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던 그 사건입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전국체전 대표를 선발하는 경기에서 심판 등에게 지시해 승부 조작한 혐의로 서울시 태권도협회 임원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판위원장과 학부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김씨 등은 지난해 5월 13일 열린 선발전에서 특정 선수가 이길 수 있도록 담당 심판이 상대 선수에게 경고를 남발하도록 해 승패에 영향을 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주심인 최모씨는 경기 3시간 전 심판 부위원장에게 구두 지시를 받고 상대 선수인 전모 군에게 경고 7개를 연속으로 내려 반칙패 당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섯번째와 일곱번째 경고는 주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기에서 승리한 최모 군의 아버지는 고교 동문이자, 같은 태권도인이라는 친분을 이용해 협회 임원과 심판 등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모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인 최군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전국대회에서 2위 안에 들면 태권도 특기생으로 대학 진학이 가능한데 당시 아들에겐 입상 실적이 없어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씨는 또 "태권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식과 제자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부탁해야 한다"면서 "지인을 통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승부 조작 청탁은 태권도계의 관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관련자 진술을 통해 혐의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들이 승부 조작을 공모하며 금품을 주고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전군의 아버지 전모씨는 경기가 끝나고 보름 뒤에 자신의 아들과 제자들이 오랫동안 편파판정으로 피해를 봤다며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서울시 태권도협회는 전씨 자살 이후 진상조사를 벌여 지난해 6월 판정 논란을 일으킨 주심을 제명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1월 서울시 태권도 협회의 비리 혐의 첩보를 입수해 3월엔 협회와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경찰은 이와 함께 협회 운영비 11억 원을 부정 집행한 혐의로 서울시 태권도 협회장 임모씨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