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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참 화가 나기도 하면서 씁쓸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발을 당했는데요. ‘여성 캐디의 팔을 주물렀다, 가슴을 만졌다,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피해자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을 보면, 듣기에도 참 민망한 내용이 있습니다. 박희태 전 의장은 고소장 내용을 당연히 전면 부인했고요. 결국 경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는데요. 문제는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여성 캐디들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가 많다는 겁니다. 오랫동안 골프장에서 일해 온 분과 말씀 나눠볼 텐데요.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점, 청취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 여성 캐디(익명):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보통 골프장에서 경기 진행 돕는 분들을 캐디라고도 부르기도 하고. 경기 진행 보조원, 이렇게도 부른다구요?
▶ 여성 캐디(익명):
캐디라고 하기도 하고요. 또는 경기보조원이라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진행 보조원이 아니라 경기 보조원... 몇 년 동안 경기 보조원으로 일하셨어요?
▶ 여성 캐디(익명):
30년 정도 일했어요.
▷ 한수진/사회자:
굉장히 오래 일하셨는데. 어떠셨어요, 박희태 전 국회의장 뉴스 들으셨죠?
▶ 여성 캐디(익명):
네, 저도 뉴스 봤어요.
▷ 한수진/사회자:
뉴스 듣고 어떠셨어요?
▶ 여성 캐디(익명):
저도 당했던 일이라 화가 치밀어 올랐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고요?
▶ 여성 캐디(익명):
그리고, 피해자 경기 보조원이 경찰에 고소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 그 용기에 정말 놀랐어요. 상대가 권력자이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전 국회의장이시고.
▶ 여성 캐디(익명):
그래서 그 용기에 굉장히 놀랐고요. 언론에 보도된 내용 보다는 더 심각했을 거다,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상황은 더 심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용기에 놀랐다... 사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문제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말씀으로도 들리네요?
▶ 여성 캐디(익명):
골프장에서 내장객들을 경찰에 고소, 고발 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이런 사례들이 언론에 알려지거나 이러면 골프장 이미지가 훼손 된다고 그래서 사실 고소, 고발 하는 걸 원치 않고요. 그리고 내장객이 사과를 하면, 관리자들이 ‘내장객들이 사과했으니까 네가 이해하고 넘어가라’ 이렇게 해서 무마되는 경우도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골프장 측에서 자꾸만 그렇게 종용한다는 거군요. 그러다보니까 현실적으로 법적 처벌까지 묻는 이런 데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말씀이시고요?
▶ 여성 캐디(익명):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이번은 굉장히 예외라고 볼 수 있겠네요?
▶ 여성 캐디(익명):
그렇죠, 그래서 저도 와, 놀랐어요, 진짜.
▷ 한수진/사회자:
지금 박 전 의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거든요? “성추행이 아니라 손녀처럼 귀여워서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을 뿐이다”
▶ 여성 캐디(익명):
(웃음) 저기 상식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박 전 의장이. 박 전 의장은 자기 자신의 손녀가 귀여워서 손녀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나요? 그리고 자기 딸이 사랑스럽다고 성장한 자기 딸 가슴을 손으로 쿡 찌르나요?
▷ 한수진/사회자:
이상한데요?
▶ 여성 캐디(익명):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해명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코미디도 아니고.
▷ 한수진/사회자:
더구나 이 캐디분이 어린 아이도 아닌데, 설사 어린아이라고 해도 요즘 그래서는 안 되는데 말이죠. 또 기사를 보니까 박 전 의장을 고소한 분이 사건 당일에 무전으로 “진행 요원을 교체 해 달라” 이렇게 요청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실제로 골프를 치는 사람이 문제가 되면 이렇게 교체를 요청하기도 하나 봐요?
▶ 여성 캐디(익명):
극히 드문 일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이것도 극히 드문 일이고?
▶ 여성 캐디(익명):
예, 그래서 교체를 해주는 일도 극히 드문 일이고요. 예를 들어서 보고를 해도 “웬만하면 참고 일 해라, 피해서 일 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번에는 캐디를 교체했다는 것 아니에요?
▶ 여성 캐디(익명):
예, 그런데 캐디를 교체해주는게 아니라, 박 전 국회의장을 퇴장시켜야죠. 경기를 중단시키고 퇴장을 시켜야죠. 그게 올바른 조치이죠.
▷ 한수진/사회자:
규정상으로는 그렇게 되어있지만, 그렇게 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겠죠?
▶ 여성 캐디(익명):
일반 내장객도 퇴장 안 시켜요. 그런데 국회의장했던 사람을 퇴장 시키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여성 캐디들에 대한 성추행 같은 게 의외로 적지 않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 여성 캐디(익명):
많아요. 저도, 저도 당한 일이 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비슷한 일 있다고 하셨죠?
▶ 여성 캐디(익명):
예, 성희롱은 비일비재 하게 일어나고요. 성추행은 가만히 서 있는데 겨드랑이 밑으로 손 집어넣고. “네 이름이 뭐냐” 그러면서 명찰 가슴에 달잖아요? 명찰을 이렇게 가슴을 잡으면서 가슴 꾹 누르고. 엉덩이 만지고. 골프카 운전하는데 허벅지 위아래로 쓰다듬고. 위아래로 쓰다듬으면 어디까지 가겠어요? 그러면 하지 말라고 화를 내죠. 그러면 불친절로.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불만을 터트리는군요?
▶ 여성 캐디(익명):
골프장에 가보시면 경기 보조원 명찰이 모자에 달려있는 골프장이 있어요. 그 이유가 이 명찰 가지고 손님들이 자꾸 가슴을 만지니까 경기 보조원들이 회사에 건의해서 명찰을 모자에 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모자 오른쪽 위쪽에 명찰을 다는 걸로 바꾼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물론 모든 골프 내장객들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닐 테지만, 그런 일도 있다는 말씀이시고. 정말 일부 몰지각한 그런 골프 치는 분들이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 이신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사실 동료들 사이에서도 기피고객, 이런 리스트 같은 것도 암암리에 있겠어요?
▶ 여성 캐디(익명):
네, 네.
▷ 한수진/사회자:
박 전 의장 고소하신 분의 다른 동료들 이야기 들어보면, 동료들 사이에서 박 전 의장도 기피고객으로 소문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 여성 캐디(익명):
그 정도면 기피 고객으로 소문이 났겠죠.
▷ 한수진/사회자:
또 골프 내장객들이 캐디에 대한 만족도를 설문 형태로 골프장에 제출하는 게 있어서, 캐디들이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면서요?
▶ 여성 캐디(익명):
네, 그래서 평가가 안 좋으면 그에 따른 징계를 받고요. 그래서 더더욱 못 하는 것도 있고요. 그 다음에 서비스 업종이다 보니까 항상 교육 받는데. ‘Yes는 바로, No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No를 이야기하라’ 교육을 받아요. 그런 교육을 계속 받다보면 정말 내가 'No'를 해야 될 때, 이걸 노를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판단이 안 서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고. 참고 참았다가 No를 해야 되는데, 그 마저도 No를 못하게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지금 말씀 듣다보니까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갑을관계’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는데. 대표적으로 잘못된 갑을관계 사례라고도 볼 수 있겠어요?
▶ 여성 캐디(익명):
저는 갑을병정에서 정 될까? 이런 생각을 해요.
▷ 한수진/사회자:
그 정도로 열악하다는 말씀이시네요.
▶ 여성 캐디(익명):
예, 경기 보조원들의 가장 큰, 정말 No도 못하고 이렇게 당하면서도 자기 생각을 이야기 못 하는 게 뭐냐면 고용불안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바른 말 해도 잘리고요, 관리자가 부당한 지시를 했을 때 이의제기를 해도 잘리고요, 내 생각을 이야기해도 잘려요.
▷ 한수진/사회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되어 있나요, 경기보조원이?
▶ 여성 캐디(익명):
비정규직 중에서도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해서요, 근로자와 개인사업자 사이 중간 영역의,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다보니 더더욱 이런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아무 소리를 할 수가 없다, 이런 말씀이시고요?
▶ 여성 캐디(익명):
예, 그래서 놀란 거죠, 적극적 대응하는 것이. 어린 경기 보조원일수록 심하게 당하고 겪어야 되요.
▷ 한수진/사회자:
그럴 때마다 이 캐디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이 상당할 것 같아요?
▶ 여성 캐디(익명):
그냥 감정대로 하면 법도 필요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패 죽여 버리고 싶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이고, 얼마나 속상하면... 오죽하면 이렇게 말씀하실까, 청취자 여러분께서 감안해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골프가 대중화되었다고 하지만, 다들 우리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일 텐데. 중산층 이상도 되고 말이죠. 경기 진행 요원에 대해서 전문적 직업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들어보니까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으신데요. 최우선적으로 어떤 부분이 고쳐져야 한다고 보세요?
▶ 여성 캐디(익명):
경기 보조원들을요, 노동하는 경기 보조원들을 노동법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그렇기 때문에 남녀평등,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된 법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요. 제가 잘못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지만, 내장객은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라, 외부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민사소송을 해야 된다고 들었어요, 제가 잘못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내장객을 상대로 이렇게 소송을 하고 대응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어렵죠. 법적대응은 사실 너무나 어렵고, 고용불안 문제도 있고 말이죠. 여러 가지로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쨌든 캐디들, 경기 보조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말씀이시군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골프장 여성 보조원 인권침해 사례들, 하루빨리 근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