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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쫓겠다며 서식지 훼손…나무 수백 그루 잘라

이용식 기자

입력 : 2014.09.06 07:59|수정 : 2014.09.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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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심 주택가 숲에 수백 마리 백로가 둥지를 틀었는데, 자치단체가 숲의 나무 수백 그루를 잘라버렸습니다. 주변환경이 지저분해진다는 이유 때문인데, 서식지를 잃은 백로떼는 갈 곳을 잃었습니다.

이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백로떼가 둥지를 튼 대전 도심의 한 공원 숲입니다.

기계톱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벌목 작업이 한창입니다.

수령 수십 년 된 소나무와 참나무 등 254그루가 한순간에 톱질에 잘려 쓰러졌습니다.

[벌목 근로자 : 새들이 자꾸 앉으니까 다른 데로 가라, 그래서 하는 거고…]

기계 소리에 놀라 백로 대부분이 둥지를 비웠지만 일부는 서식지 훼손현장을 서성거립니다.

근처에 하천이 있는 이곳 숲에는 지난해부터 백로떼가 날아들어 최근 700마리까지 개체 수가 늘었습니다.

백로 배설물이 주택과 도로를 더럽혀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대전 서구청은 지난달 26일 수목개량을 통한 숲 가꾸기를 하겠다며 벌목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근처 유성구청이 똑같은 이유로 나무를 베어내 백로를 쫓아냈습니다.

[이경호/대전 환경운동연합 국장 : 여러 가지 대안들을 만들 수 있는 회의나 과정을 밟아 보자고 했는데, 벌목에 일방적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있어서…]

급격한 도시화 속에 불청객 신세가 된 백로, 도심 산림을 훼손하면서까지 무작정 쫓아내기에 앞서 사람과 공생하는 환경조성 등의 연구 자세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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