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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 받은 아이들, 이미 다 안다고 착각, "그거 저 알아요"
- 조기 사교육.. 중국, 일본은 예체능, 한국은 학습지..
- 선행교육보다 적기교육이 더 중요!
▷ 한수진/사회자:
조기 교육을 받은 아이들보다 조기 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의 읽기 능력, 어휘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기교육으로 ‘반짝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반감되고 오히려 잃어버리는 게 더 많다고 하는데요. 관련 연구를 진행하신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이기숙 교수와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먼저 어떻게 연구를 하게 되신 건가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요새 사교육이 굉장히 많이 논의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부모님들께서, ‘이것이 별로 효과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크게 어떤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사교육을 어렸을 때 받았던 아이들이 정말 어머니들이 원하시는 대로 초등학교에 가서 학력이 뛰어나는지, 특히 그 중에서도 국어와 관계된 어휘, 언어에 대해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이거를 한 5년간 제가 추적 연구를 해봤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과 받지 않은 아이들로 나누어서 비교연구를 했다고 들었는데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그렇죠, 비교를 해서 유치원을 졸업할 때 정도의 만 5세 때부터 해서 초등학교 1학년, 또 초등학교 3학년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서 추적 검사를 했는데요.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결과가 뭐냐면, 아이들이 문장을 읽고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죠. 우리가 그걸 흔히, ‘문장 읽기 이해능력’, 이라고 하는데, 글을 읽고도 얼마큼 글이 무엇인지 이해한다든지 또 아이들이 쓰고 있는 여러 가지 어휘력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그 어휘를 다양하게 구사하는지, 또 그 문장을 읽고 그 문장의 내용이 어떤 건지, 이해하는, 독해하는 그런 능력을 검사를 해봤는데요.
사실은 사교육을 받았던 아이들의 집단이 점수가 오히려 더 낮게 나왔어요. 안 받았던 아이들한테서 오히려 이런 점수는 더 높은 걸 볼 수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교수님, 언뜻 생각하기에 사교육을 받고 뭔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은 아이들이 어휘력이라도 더 풍부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무래도 어휘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세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네, 그렇지 않고요. 사교육에서 주로 하는 것이 어휘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코딩입니다. 그러니까 ‘기억(ㄱ)’에다 ‘아(ㅏ)’를 하면 ‘가’가 된다든지, 이런. 예를 들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만약 그 문장을 읽는다면 아이들은 그냥,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이렇게 되는 거죠.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하니까 전혀 이게 이해가 안 되잖아요.
글자는 읽되 그 문장 자체, 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은 사실은 국어에서 말하고자 하는 정말 우리글의 이해, 독해, 여러 가지 어휘, 문장 이해는 굉장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사교육을 받았으면 더 뛰어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받지 않은 아이와 비슷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떨어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이걸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사교육 자체에서 오는 그것 보다도요. 이때 사교육 이외에 여러 가지 유아기 때 받아야 될 교육 내용들을 아이들이 놓치게 되는 거죠. 단순히 학습지를 한다든지, 학원을 간다든지 어떤 혼자서 그런 학습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사실은 이 때 학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서, 또래와의 관계를 통해서, 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나 이런 단체생활 속에서 아이들하고 부딪쳐보고 놀이를 해봄으로서 문제해결력 같은 것이 스스로 생길수가 있고, 학습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있는 집중력도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놓치게 되는 게 상당히 이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그런 말들 흔히 하잖아요, 그 말이 딱 맞는 말이군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네, 놀이가 단순히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게 아니라,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자기가 흥미 있고 재미있을 때 아주 최대한의 학습을 일으킬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큰 아이들처럼 그냥 종이 가져다놓고, 책 가져다놓고 공부 식으로 이렇게 가르치는 것은 사실은 크게 아이들한테 와 닿는 학습이 되는 게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방송 들으시면서 혹시 내가 우리아이에게 시키고 있는 교육도, 사교육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깜짝 놀라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교수님 지금 이번 교육에서 말씀하시는 사교육은 예를 들어서 어떤 것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사교육은 요새 너무 많습니다. 심지어는 만 2살부터 사교육을 시켜요.
▷ 한수진/사회자:
0세 교육도 있잖아요, 요즘에. 영아 다중교육이라고 하더라고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맞아요, 그런데 그게 사실은 지금 연구결과에서도 보신 것처럼 큰 효과가 없는데 주로 이런 사교육이 아이들의 학습 위주의 사교육이 많습니다. 제가 중국이나 일본 이런 다른 나라, 동아시아와 연구를 해봐도, 다른 나라의 경우는 이 시기에 사교육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체능 계열의 사교육이 많아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이들에게 초등학교에서나 이루어지는 지필을 중심으로 한 학습지, 이게 중심이 되고 그것이 특히 또 학습지도 어디에 중심이 되느냐하면 빨리 글자 읽기 아니면 숫자 빨리 달기, 국어와 수학, 영어. 여기에 아주 집중이 되어 있거든요. 사실은 뭐 피아노, 태권도, 미술, 여러 가지 있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선호하고 많이 하고 있는 게 이런 학습에 노출되는 사교육이 굉장히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연구에서는 그런 학습과 관련된 사교육은 다 포함이 된 거군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네, 포함이 되었고, 아이들이 문장이나 글을 읽지 못하는 때부터 한글 교육을 많이 받은 아이들의 영향을 더 보기 위해서 물론 다양한 사교육이 있지만 특별히 그 한글 사교육에 대한 것을 더 주안점으로 봤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실 이렇게 영유아기 때부터 과도한 학습 부담, 결국은 학습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제가 유치원에서도 이렇게 많이 사교육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요. 정작 사실은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놀이를 하는 것 같지만 그 놀이 속에서, 많은 것을 학습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아이들의 특징이 뭐냐면 굉장히 산만해요. 어떤 학습에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유치원 끝나고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고 그러니까요
그런 아이들한테서 나오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선생님이 무슨 질문을 하거나 선생님이 어떤 활동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선생님 나 그냥 놀게 두시라.’는 거예요. ‘저 쉬어야 해요, 이따 오후에 피아노도 가야 되고, 태권도도 가야 되고 뭐, 학습지도 풀어야 할 게 너무 많으니까 저는 지금은 공부 안 할래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도 있어요. 그러니까 산만하고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이 굉장히 문제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겠어요, 사실.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들하고도 인터뷰를 해보면요. 그런 아이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수업에서, ‘아 나 그거 아는 거야, 아는 거야.’,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걔네들을 보면 겉 알기, 깊이 있는 공부는 없이, 이미 자기가 배웠으니까, 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은 그것이 누적이 되고, 나중에는 학습에 오히려 부진한 그런 아이가 되기 싶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요, 교수님. 영유아 교육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한 가지만 짚어주시고 저희가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게 있을까요?
▶ 이기숙 교수 /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조기 교육은 빨리 앞당겨서 선행교육으로 하는 것이 조기교육이 아니다. 조기 교육이란 적기에 그 연령에 맞는 나이에 적절한 교육을 풍부하게, 시기에 맞도록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강조 드리고 싶고요.
어머님들께서도 장기적으로 바라보셔야지, 당장 오늘 이 단기적인 안목에서 아이를 너무 몰아세우다가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꼭 명심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이기숙 교수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