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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만에 다시 등굣길 나선 81세 이윤애 할머니

입력 : 2014.09.03 09:23


"아직 가족들에게는 말도 못 꺼냈어요. 나이 들어서 학교에 다닌다고 말하기가 쑥스러워서…. 빨리 수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여성 만학도를 위한 학력인정기관인 양원주부학교의 2014학년 가을학기 신입생인 이윤애(81·여)씨는 3일 입학소감을 묻자 손사래를 치면서도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가 다시 학교의 문을 두드린 것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45년 학교를 그만둔 지 69년 만이다.

이씨는 "1945년 해방 후 혼란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학업을 흐지부지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는 집안이 넉넉한 편이었음에도 어린 마음에 그저 학교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평생 배움의 한을 가슴에 품고 살던 이씨는 우연히 지인을 통해 양원주부학교를 알게 됐고 이번에 중등부 최고령 입학자가 됐다.

1953년 피란민을 위해 설립된 일성고등공민학교로 시작한 양원주부학교는 1983년부터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주부를 위한 학교로 운영되면서 지금까지 5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번 학기 입학생은 50∼80대 주부 총 100여 명이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씨가 마포구에 있는 양원주부학교까지 다니려면 대중교통으로 왕복 2시간이 걸린다.

오전 9시 40분 시작하는 1교시 수업에 맞추려면 일찍이 집을 나서야 하지만 이씨는 "옛날 그때처럼 등굣길 기분이 나 오히려 설렌다"며 웃었다.

이씨의 목표는 늦었지만 하나라도 '제대로' 배워보는 것이다.

그는 "신문을 읽는 것은 별문제가 없지만 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는 일본어로 모든 과목을 배웠던 시절이라 지금도 한글 받침을 쓰는 것이 서툴다"며 "수학 같은 경우도 구구단조차 일본어로 외웠기에 다시 한번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엔 없었던 영어도 수업시간이 기다려지게 하는 과목 중 하나라고 그는 전했다.

뒤늦게 다시 학교에 나가는 것이 쑥스러워 입학식 전날까지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했다는 그는 "배움의 시기를 놓친 것이 평생의 한이었는데 이제라도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덜게 돼 기쁘다"며 "최고령 입학자이지만 아직 몸도 마음도 건강한 만큼 가능하다면 중학교 과정을 마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미소를 지었다.

입학식은 이날 오전 10시 양원주부학교 강당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