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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한국의 대외원조 실상은?

김인기 기자

입력 : 2014.09.03 08:49|수정 : 2014.09.04 09:33


지난 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의 단기봉사단 일원으로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을 다녀 왔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한국의 대외 원조(ODA)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는 국가입니다. ODA는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 개발 원조라고 불리는 사업입니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1987년부터 '공여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거의 기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1995년에 1억 1천만 달러를 제공하면서 비로소 1억 달러를 넘는 정도였습니다. 2012년에는 15억 9,750만 달러가 제공됐습니다.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지요. 그렇지만 GNI(국민총소득) 대비 0.14%에 불과합니다. 이 부분도 2007년에 0.07%, 2008년 0.08%, 2009년 0.10%로 꾸준히 향상되기는 했습니다.

ODA 사업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양자간 무상원조가 있고, 양자간 유상원조도 있습니다. 무상원조에는 물자 공여, 현금 공여, 프로젝트형 사업, 기술협력 사업이 있습니다. 

김인기유상원조는 개발협력 차관 형태로 지원됩니다. 이밖에 다자간 협력사업으로 국제기구 분담금과 국제기구 출자금도 들어 있습니다. 이 사업 중 무상원조 부분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기관이 코이카입니다.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코이카는 그래서 주로 저개발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44개국에 나가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도 그 중 한 나라입니다. 우즈벡은 우리와 유난할 정도로 사이가 좋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고용허가제에 의한 외국인 노동력 수입국 15개국 중 한 나라로 지정돼 합법적으로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어 우즈벡 내에서도 한국어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류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대장금은 무려 9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거리에 다니는 자동차 대부분은 구 대우, GM 차입니다.
김인기코이카에서도 우즈벡에 대외 원조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전체 지원 규모를 보면 몽골, 아프간, 캄보디아가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 우즈벡은 중앙아시아권에서는 1위, 전체에서는 9위를 차지합니다. 지원 부문 별로 봐도 동구와 CIS 지역을 모두 합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으로서는 ODA 사업에서 중앙아시아의 대표국으로 우즈벡을 꼽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고려인이 18만명으로 CIS 국가 중에서는 1위, 세계에서도 4위로 많은 한국인이 살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까 국가 별로 봐도 한국이 우즈벡에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주요 공여국을 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간 ODA 지원 규모가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한국이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원 규모는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총 6,076만 달러인데, 이 중 대부분이 프로젝트 사업 16건에 2,677만 달러입니다. 이어서 해외 봉사단 파견 1,901만 달러, 국내 초청 연수 786만 달러 순입니다. 주요 프로젝트 사업을 보면 보건소 건립, 한방병원, IT 훈련원, 국가지리시스템 구축사업, 직업훈련원 건립, 대학 전자도서관 구축 사업, 시범온실 지원 사업 등 다양합니다. 앞으로도 조림 사업, 전염병 질병 관리 역량 강화 사업, 관세 행정 현대화 사업 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인기이번에 방문한 곳은 타시켄트 직업훈련원이었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데다 전체 인구의 66.2%가 생산 가능인구, 게다가 15세 이상 문맹률도 0.7%에 불과할 정도로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한 데, 이를 활용할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우즈벡의 고민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코이카가 지원한 사업이 직업훈련원입니다.

코이카는 단순히 직업훈련원을 지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 인력까지 지원해 직업훈련 교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원조 사업의 애프터 서비스'입니다. 타시켄트 농업대학에 지어 준 시범온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온실을 지어주고, 전문가를 파견해 직접 기술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즈벡에서는 처음 지어진 온실이라고 합니다.

과거 원조라고 하면 무조건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그런 방식은 처절할 정도의 실패로 끝났습니다. 물론 아프리카의 경우는 미·소 냉전 시대에 정치적 요인도 많이 작용했던 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 국가 지도자들의 부패 까지 한몫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제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원조는 다른 방식이 돼야 할 것입니다. 우즈벡에서처럼 프로젝트 지원 방식, 혹은 장기적으로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그런 형태가 돼야 할 것입니다.

9월 2일 서울에서는 '제8회 서울 공적원조(ODA)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런 회의를 개최할 만큼 이제 한국은 당당한 공여국의 대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부 스스로도 2012년 GNI 대비 0.14%인 ODA 규모는 공여국 회원국 평균인 0.31%에 한참 못 미친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UN의 권고비율은 0.7%입니다.

OECD에 따르면 ODA 규모로 볼 때 2012년 현재 미국이 304억 6천만 달러로 1위, 이어 영국(136억 6천만 달러), 독일(131억 1천만 달러), 프랑스(120억 달러), 일본(104억 9천만 달러) 순으로 나와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 한국은 17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GNI 대비 ODA 규모를 보면 룩셈부르크가 1.00%로 1위, 이어 스웨덴(0.99%), 노르웨이(0.93%), 덴마크(0.84%), 네덜란드(0.71%) 순입니다. 이 다섯 나라 정도만 UN 권고기준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2위입니다.

김인기 논설위원 대한국 경제의 규모는 엄청납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4위, 무역 규모는 10위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 사회에 대한 기여는 이런 외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국제개발 선진화 방안 등을 통해 2015년까지 ODA 규모를 GNI 대비 0.25%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계획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2013년 말 외교부는 이 비율을 0.2%로 하향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나마도 지켜질지 의문인 상황입니다.

우리의 경제 규모 만큼, 또 우리가 성장한 만큼, 거기에 우리가 수원국으로 과거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해 되갚는다는 차원에서도 지금의 ODA 규모는 조금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개도국의 사회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더 기여해야 하나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