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7일 포천 빌라 살인사건을 저지른 이모(50·여)씨에게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추가 적용해 기소됐으나 이씨가 줄곧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법정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건을 수사한 의정부지검 형사3부(윤재필 부장검사)는 이씨가 범행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제반 증거가 충분하고 남편이 피살 외 다른 이유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없다며 공소유지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경찰 조사에 이은 검찰 조사에서까지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남편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검찰이 직접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사인을 명쾌하게 규명하지 못한 채 간접증거와 정황, 대법원의 유사한 판례 등을 근거로 기소해 법정에서 남편살해 유·무죄 여부가 판정될 수 밖에 없게 됐다.
◇ 검찰 "남편 급사 가능성 없어" = 지난달 29일 경기도 포천시내 한 빌라에서 부패한 남성 시신 2구가 들어 있는 고무통과 울고 있는 이씨의 아들(8)이 발견됐다.
시신 2구는 이씨의 남편(사망 당시 41세)과 내연남(49·전 직장동료)이었다.
더군다나 남편은 약 10년 전 사망해 고무통 안에 보관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씨가 남성 둘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내연남 살해 혐의만 자백을 받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후 보강수사에서 남편의 시신에서 남편의 평소 지병과는 관련이 없던 치사량의 수면제(독실아민)와 고혈압치료제(아테놀올)가 나온 점 등을 밝혀내 이씨에게 남편 살해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남편이 평소 매우 건강해 급사했을 확률이 지극히 낮은 점과 이씨가 남편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한 점 등도 추가 증거로 제시됐다.
◇ 검찰이 추론하는 범행 동기는 = 검찰은 당시 이씨가 처한 상황으로 살해의 동기를 추론하고 있다.
1995년 이씨는 만 여섯 살이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나서부터 불면증과 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남편과는 아들의 죽음에 관해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사이가 나빠졌고 이후 남편이 외도해 원망의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다만 추정일 뿐, 이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어느 날 일어나보니 남편이 죽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다만, 조사과정에서 태도 변화는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애초 수면제를 먹이지 않았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대검 종합심리분석 결과 이 같은 이씨의 진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내연남 살인은 인정하면서도 남편 살인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검찰은 이에 대해 "당시 고등학생이던 아들을 계속 속여왔기 때문에 인제 와서 아들에게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가 되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자백 없는 살인사건 판례는 = 검찰은 이씨를 기소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간접 증거에 의해 살인 사실이 인정된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법원은 피고인에 의한 피해자의 살해 이외에 다른 방법에 의해 피해자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 간접 증거만으로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 2008.3.27)
또 피고인이 살인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을 때에도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형성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서도 형성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1999.10.22)
그럼에도, 간접 증거를 둘러싼 법정 다툼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또한 이씨가 남성 2명을 살해해 엽기적으로 보관해온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 무기징역 등 상당한 중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어 증거조사 등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씨가 수면제와 고혈압치료제를 오랜 기간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기록이 있다"며 이는 이씨가 약물을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등 '살해 의도'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편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약을 달라고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씨가 자백을 하기 전까지는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현재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상태로 조사를 받아왔으며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 정식 접수되면 국선 변호인 이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날 이씨를 남편과 내연남을 살해하고 아들을 두 달간 내버려둬 아동학대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의정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