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부산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피해가 이어졌으나 119 긴급전화 불통으로 소방당국이 제때 파악조차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방과 경찰의 유기적인 공조체계에 구멍이 났고 세월호 참사 이후 초기 대응시간을 줄이려 마련한 공청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등 재난대응에 심각한 허점을 보였다.
부산에 시간당 13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25일 오후 2시 30분 북구 덕천동 한라아파트 인근 내리막길에서 빗물을 퍼내던 남모(59·여)씨가 물살에 휩쓸려 숨졌다.
이를 목격한 주민들이 119로 신고했지만 수십분 동안 '대기자가 많다'는 안내만 반복될 뿐 연결이 안 됐다.
1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112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이었다.
남씨가 승용차 밑에 깔렸던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은 소방당국의 도움 없이 견인차를 이용해 차량을 들어 올려 숨진 남씨를 수습했다.
비슷한 시간 부산소방본부는 건물 1층이 침수된 북구 덕천동 양덕여중과 북구 구포3동 산사태 현장에는 각각 25명과 40명의 대원을 보내 구조활동을 펴고 있었지만 정작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현장에는 1명의 소방대원도 없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기장군 일광면에서도 여성 3명이 탄 승용차 1대가 범람한 하천물에 휩쓸리는 바람에 차량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1명이 숨졌다.
이 사고를 수습한 것도 경찰이었다.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지 못해 현장에 출동조차 하지 못했다.
부산소방본부는 사고 발생 3∼4시간이 지나고 나서 언론보도 등을 보고 뒤늦게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의 진상을 파악하는 소동을 벌였다.
부산소방본부는 이날 전화 15회선으로 신고를 받았지만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6천여건의 전화가 폭주해 신고를 제때 접수하기는 역부족이었다고 해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119 전화가 불통되면서 사건·사고 발생 때 각각 119와 112로 전화를 걸어 신고사실을 주고받는 경찰과 소방 간의 공조체제도 큰 허점을 드러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골든타임'을 지키려고 경찰과 소방 등 15개 기관이 동시에 112 신고내용과 사고진행상황을 들을 수 있도록 구축한 112 공청 시스템도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모든 신고전화를 911로 받는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이원화된 경찰과 소방의 신고전화를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힘들다면 소방과 경찰 간 전용 핫라인이라도 구축해야 한다"이라며 "예측가능한 재해 때는 신고전화 회선과 근무자를 임시로 늘리는 특별근무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고전화가 폭주하더라도 사안의 경중과 우선순위를 판단해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긴급한 사건에 인력을 먼저 투입하는 전문 상담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