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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교수, 출판기념회에서 김우중 변호인 자처

입력 : 2014.08.26 13:53


"대우의 발전 과정은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과 궤를 가장 가까이합니다. 또 김우중 회장은 기업 발전을 추구하면서 항상 국가발전을 염두에 둔 진정한 민족주의자였습니다."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이 담긴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저자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옹호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대우그룹을 이끌던 김우중 전 회장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후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 6월과 벌금 1천만원, 추징금 17조9천253억원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8년 1월 특별사면된 뒤 현재 베트남 등을 오가며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추징금은 대부분 미납 상황이며 연대 책임이 있는 대우그룹 관계자 7명에 대한 것까지 합치면 미납액은 23조원을 넘는다.

김 전 회장의 미납 추징금은 작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함께 도마에 올랐다.

신 교수는 "사실 책이 작년 8월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일명 '김우중법'으로 불리는 추징법안 때문에 (출간이)1년 늦어졌다"며 책에도 추징금이 '완전무효'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우중 법'을 만들며 한국이 낳은 세계적 기업가를 3번 죽였다고 생각한다. 대우의 몰락이 첫 번째이고, 재판을 받으며 징역형과 23조원을 추징받은 게 두 번째다. 이는 희생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부관참시'였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세계경영'을 주창한 김 전 회장은 기업발전을 추구하면서도 항상 국가발전을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였다고 강조했다.

4년 전 김 전 회장을 만나 이번 책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는 신 교수는 "처음 만났을 때 김 전 회장이 비즈니스맨인데 국가와 민족 공동체 이야기를 계속해 놀랐다"며 당초 수출에서 돈을 벌어 무역과 금융을 축으로 하는 그룹으로 나아가려고 구상한 김 전 회장이 정부의 강한 요청으로 중화학공업 쪽에 발을 담근 것도 이런 민족주의자로서의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의 사훈은 창조, 도전, 희생이에요. 민간 기업에서 희생을 강조하는 것도 드문 일인데 김 전 회장은 더군다나 조직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국가,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을 굉장히 강조하더군요. 이런 것 때문에 대우그룹의 독특한 경쟁력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신 교수는 대우그룹이 15년 전 갑자기 몰락한 것도 민족주의적 기업이라는 게 원인이 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우는 성장신화는 일궜지만 구조조정을 등한시해 망한 기업으로 돼 있으나 실상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 자체에 반대해서 몰락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국경제가 오히려 나빠진다고 봤습니다. 당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국제금융기관이 한국경제를 관리 체제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IMF 처방을 철저히 따른 경제관료와 철학적, 감정적으로 충돌하며 대우와 김우중의 몰락이 초래됐습니다." 그는 "따라서 대우는 부실기업이 아니라 희생양이라고 본다"며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 맥락에서 큰 그림으로 대우와 김 전 회장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아울러 "한국 사회에선 이상하게 IMF 금융위기 이후 외국기업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갖고 있는데 스티브 잡스도 위대하지만 한국 젊은이에겐 김우중, 정주영처럼 한국에 뿌리를 두고 세계에 나가 성공한 기업인에게 배울 점이 더 많다"며 잡스와 김우중 회장은 상상력이 뛰어나고, 완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함에도 국내에서는 잡스에겐 열광하고, 김우중에겐 부실기업인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이어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의 요체는 작은 나라인 한국이 성장하려면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돈을 벌어오자는 것이었다"며 "김 전 회장이 78세로 고령이지만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대우인'을 만드는 선생으로서, 국가 원로로서 재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