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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두근두근 내 인생' 신파를 피해간 세련된 가족극

김지혜 기자

입력 : 2014.08.22 19:09


인과 관계없이 밀어붙이는 신파의 힘은 강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한 건 섬세하게 축조된 드라마의 힘이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은 신파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세련된 드라마로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덕분에 근래 나온 최루성 영화 중 가장 건강한 감동을 선사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열일곱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열일곱을 앞두고 여든 살의 신체 나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죽음을 앞둔 아이와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다른 것이라 하면 아이가 선천성 조로증으로 16세의 나이에 80살의 신체나이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을 둔 부모는 이제 고작 서른셋이라는 특수성이다.
이미지'두근두근 내 인생'은 보는 이들의 눈물을 강요하는 불편한 상황을 배제하고 담백하고 담담하게 세 가족의 일상을 따라간다. 영화는 초반 대수(강동원)와 미라(송혜교)의 고교 시절로 시계추를 돌려 두 사람의 풋풋한 사랑과 아름(조성목)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에게 너무 빨리 찾아온 비극을 최대한 담담하게 그려낸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의 늙음과 부모의 젊음을 대비시키고, 아이의 성숙함과 부모의 철없음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늙음과 젊음, 인생과 시간 등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재용 감독은 돌을 하나씩 쌓아 올려 아름다운 탑을 만들듯 차분하고 정성스럽게 드라마를 축조해냈다. 영화는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듯 웃음과 눈물 사이를 부드럽게 오간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생산하는 웃음은 의도한 상황 설정 보다는 건강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아들과 여전히 힘겨워하는 부모의 모습 역시 현실감 넘치게 그려내 보는 이로 하여금 코끝 시린 눈물을 쏟아내게끔 한다.
이미지영화는 압축의 묘를 발휘해 원작을 각색했지만, 김애란 작가의 섬세한 필체는 최대한 살렸다. 성실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에 의해 아름다운 대사들을 빛을 발한다.

특히 80세의 외모 너머로 아이의 순수함을 발휘하는 조성목 군의 연기가 뛰어나다. 애어른과 같은 성숙한 사고와 정신력을 보여주는 아름이의 캐릭터는 조성목 군의 꾸밈없는 연기와 만나 완벽하게 완성됐다. 연기 경력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120명 이상의 경쟁자를 제치고 발탁된 것으로 알려진 조성목 군의 재능은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또 젊은 부모로 분한 강동원, 송혜교는 독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안정된 연기로 소설 속 대수와 미라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화장을 지운 송혜교의 맨 얼굴에선 아픈 아이를 둔 엄마의 절박함과 애달음이 묻어나며,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강동원의 액션에선 철부지 아빠의 엉성하지만 깊이있는 진심이 느껴진다.

전작들에서 비현실적 이미지를 드라마틱하게 구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강동원은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땅에 발을 디딘 캐릭터도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입증해보였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온 가족이 극장을 찾아 웃고 울며 따뜻한 감동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무공해 가족 드라마라는 점에서 추석 연휴에 최적화된 작품이 아닐까 싶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9월 3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