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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 한수진/사회자:
지난 토요일 새벽, 대구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30대 남성이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손님들에게 칼을 휘둘러서 3명이 다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가하면 같은 날 울산에서는요, 사소한 말다툼 끝에 자신의 포장마차에서 동네 선배를 살해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죠. 지난 5일에는 군산에서 또 40대 중국 조선족 근로자가 사람을 죽이겠다고 예고한 뒤에 버스 정류장에 혼자 있던 여대생을 칼로 찌르는 그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날로 일어나는 묻지마 범죄, 시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오늘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에서 이 문제 좀 짚어보겠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세상이 왜 이렇게 험해졌을까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아무래도 그 동안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쌓여온 병리가 터지는 측면이 있고요. 거기다가 최근에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죠. 그런데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문제를 저지르는 개인들,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러니까 일단 오랫동안 쌓인 사회 병리 현상, 그리고 최근에 증가한 사회적 스트레스 그리고 범죄자 개개인의 잘못된 선택, 이렇게 짚어주셨는데 좀 하나하나 짚어볼까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우선 사회병리현상을 살펴보면요. 말씀하신 세 사건이 공교롭게도 각각 세대가 다릅니다. 30대, 40대, 50대 남성들이죠. 그 외에도 최근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군 가혹행위, 김해 여고생 살해사건, 이런 사건들의 가해자들 모두 20대 남성들이고요. 이들을 모두 포괄해서 본다면 태어나서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들이 1950년대에서 90년대 사이로 포괄될 수 있고요. 이 시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고속성장과 산업화 시대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이 시기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지만 사회적으로 본다면 부작용이 극심하게 대비되는 그런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이 가정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정해체현상, 윤리가 무너지고 무한 경쟁이 대두되면서 인간관계가 단절되고요. 사람들 간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했죠. 뭐 이런 상황에서 빈부 격차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 분노 이런 것도 많이 증가했고요.
▷ 한수진/사회자:
네, 뭐 한 마디로 적폐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게도 볼 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면 최근의 사회적 스트레스의 증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경제적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취업난이 가장 큰 문제일 텐데요, 우리 외환위기이죠, 90년대 말에. 그 이후로 이제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졌고요. 구조조정이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하면서 취업난도 심화됐죠. 그리고 조기 퇴직이 늘었고요.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좀 존중을 받았죠, 권위의 존중을 받았고요. 그런데 권위주의가 무너졌고 양성평등이 확대되었고 그래서 남자, 남편, 가장 혹은 뭐 직장에서의 상사, 이런 이유만으로는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 우리 범죄 심리학에서는 남성성의 훼손 현상이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는데요. 그래서 자기 자신의 자존감에 상처를 받는 남자들이 늘어나다 보니까 이런 부분들을 어디에서 해소하고 싶어지고요. 여기에 이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이 확산되면서 익명성을 기반으로 서로 조금만 달라도 공격하고 비난하고 비방하고 이런 현상이 늘어났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들이 모두 사회적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네, 직장에서는 늘 일자리가 불안해졌고 집에서도 존중받지 못하고 집에서도 뭐 제대로 설 자리가 없고 그러다보니까 상처를 받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시한폭탄처럼 이렇게 됐다는 그런 말씀이신 것 같아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어디에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대단히 불안한 상황인 것 같고요. 지금 보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도 군에서 가혹 행위로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본인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제주지검장 역시 음란행위 때문에 큰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요. 사회적 지위, 경제적 어떤 지위와도 전혀 상관없이 누구든지, 어디에서든지 지금 문제를 터뜨릴 수 있는 그런 상당히 위험 사회라고 볼 수가 있겠죠.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그래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인간’이라는 것, 우리가 과거에 더 절망적이었던 때도 있었지 않습니까. 한국전쟁 시기 그 이후, 또 그 극심한 분열과 혼란의 시대, 이 때에도 다른 분들, 더 약한 분들, 이 분들 보듬었던 분들도 계시고요. 그래서 여전히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의 방향을 좀 더 경쟁이나 성장보다 공동체 구축, 서로 좀 보호하고 보듬어가는 그런 함께 가는 사회, 이렇게만 수정해 나간다면 여전히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렇다면 지금 과거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묻지마 범죄”가 많이 없었는데 말이죠. 훨씬 살기 좋아진 지금의 이런 범죄가 빈발하는 것, 이건 또 어떻게 봐야 될까요. 아무래도 좀 더 개인적인 문제에 힘이 실리게 되는 건가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게 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고요. 아무리 전체적으로 같이 못사는 사회였다 하더라도 서로가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지금보다는 많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죠. 반대로 지금은 상대적으로 많이 잘 살고 있지만 오히려 서로에 대한 어떤 차이, 차별 또는 질시, 그리고 적대적인 분위기, 이게 더 강화 돼있다고 볼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발생하는 이런 개별적인 묻지마 범죄들, 무서운 범죄들, 이런 부분들도 살펴보면 사실은 범죄자들에게서는 동기의 원인이 발견됩니다. 이들의 공통적인 주장은 뭐냐면 세상이 싫다, 사람들이 싫다, 짜증나고 분노가 치밀고 희망이 없고, 살기가 싫다, 뭐 이런 감정들이 상당히 팽배한 상태에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전혀 그런 원인이 없지만 사회적인 스트레스나 주변에서 문제가 야기되면서 마치 화약에 불이 당겨지는 것 같은 그런 부분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발견되거든요. 그래서 개별적인 뭐 이 사람들이 사이코 패스라든지 특별한 다른 사람들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고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도 없고요. 그래서 결국은 이들의 배경에는 역시 가정에서의 잘못된 양육, 그리고 교육의 어떤 부재, 그래서 이들의 인격에 어떤 잘못된 영향이 미쳐지고 고장 나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그래서 감정이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요. 이런 부분들을 모두 포괄한다면 개인적인 문제도 크긴 하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다, 그렇게 봐야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러니까 결국은 복합적인 문제라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그러면 대책을 어떤 방향으로 잡아야 하는 건가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지금 교황께서 우리 사회에 방문하시면서 어떤 커다란 충격파를 던져주고 계시죠. 그게 제가 볼 때는 같은 대책의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 사회의 문제,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돈과 명성이라는 허상을 쫓는 괴물 같은 모습이었다, 발전과 성장, 경쟁에만 집중해왔고 정책은 대단히 미개했고요. 법과 원칙 윤리와 도덕은 파괴되고 무너뜨려졌고요. 오직 힘의 논리나 돈의 논리에만 의존하던 폐습들이 장악하고 있었죠. 이런 후유증이 결국 “묻지마 범죄”의 확산이라고 봐야 할 것 같고요. 그러면 ‘문제가 뭔지 알면 결과는 해결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유럽이 하나의 모델이 될 것 같고요. 그래서 사회 공동체 복원, 경쟁보다는 약자가 비춰지는 자들을 보듬고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 이렇게 좀 방향 설정을 해나간다면 적어도 수년 내지 수십 년 뒤에 우리 사회에는 이런 문제가 좀 더 줄어들고 우리 가족들이 갑작스런 범죄 피해를 당할 확률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우리 사회에 급증하고 있는 묻지마 범죄와 강력범죄의 원인과 대책,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 따뜻하고 지속 가능한 인간적인 사회’에 답이 있다, 이런 말씀으로 저희가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과 말씀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