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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파렴치한 행각' 스포츠계 논문 대필 실태

이 성철

입력 : 2014.08.12 11:39|수정 : 2014.08.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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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멘트]

지난달 김명수 후보자가 '논문 대필' 등 갖가지 의혹으로 교육부 장관 지명 철회를 당했는데요. 이런 논문 대필이 스포츠계에도 만연해 있다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몇년전 스포츠계는 문대성 IOC위원의 논문표절 사건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는데요. 지금은 표절보다 더 악의적인 치밀한 논문 대필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손 하나 까딱 않고 남의 논문을 훔치는 파렴치한 논문 대필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지난달 3일.

한 사립대 교수들이 계약직 교수에게 논문을 대필시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은 전임교수들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그렇다면 계약직 교수가 작성한 논문은 누구에게 간 건가요?


[기자 멘트]

놀랍게도 이 논문들은 같은 대학의 운동부 감독들의 논문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계약직 교수 박모씨를 직접 만나 봤습니다.

[인터뷰: (네임) 박모씨 / 전 K대 계약직 교수: "이 논문은 제가 쓴건데 A교수가 가져갔어요. 나중에 논문을 내려고 하다보니 이 논문은 이미 다 나와 있는 거에요. 제 논문이… C교수와 축구부 감독 이름으로 내 논문을 가져가서 낸거에요."]


[아나운서 멘트]

지금 보시는 이 논문이 그 논문인건가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두 논문을 한번 비교해봤습니다.

먼저 논문 제목을 보시면 두 논문이 똑같습니다. 내용을 언뜻 보기에도 다른 점을 발견하기 힘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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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멘트]

제목도 하나도 안 바꾸고 정말 심하군요.


[인터뷰: (네임) 박모씨, 전 K대 계약직 교수, "(제 논문과) 오자, 탈자 다 똑같습니다.]


보시다시피 연구 대상자의 신체적 특성이나 실험결과로 나온 데이터와 표도 같았고, 논문의 결론까지도 똑같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그럼 뭐가 다른가요?


[기자 멘트]

다른 점이라면 글씨체 정도 차이가 있었을 뿐입니다.


검찰 조사결과 축구부 감독은 축구부원의 제약회사 임상실험 참여 대가로 전임 교수 김모씨에게 논문을 대신 써줄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취재진은 해당 감독을 만나기위해 학교를 찾아갔지만 만날 수는 없었고 전화통화만 할 수 있었습니다.


Q. 논문을 감독님이 직접 쓰셨나요?

[전화 인터뷰: 000 / K대 축구부 감독: "제가 법적으로 다 밝힌다고 얘기 하잖아요. 절차상의 부분에 제가 미숙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나중에 재판받으면 아실꺼니까 그때 말씀하세요."]

번역자료가 논문으로 둔갑한 경우도 있습니다.

박씨는 전임교수의 지시로 번역한 일본 논문이 체조 감독의 이름으로 학회지에 실렸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멘트]

두 논문은 얼마나 비슷한가요?

[기자 멘트]

이 논문 역시 상당 부분 똑같았습니다.


제목을 보시면 체조 감독의 논문에는 '단기간'이라는 단어 하나가 추가됐을 뿐인데요. 이런식으로 전체 논문 내용 흐름에 영향이 없는 단어들만 살짝 바꿔놨을 뿐입니다.


[아나운서 멘트]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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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모씨 / 전 K대 계약직 교수: "이것은 복사본이라니까. 번역본이에요. 번역을 해서 B교수한테 보냈더니 이 논문을 학회지에 내버린거에요. 누구 이름으로 냈내면 체조부 감독 이름으로 내버린 거에요. 이게 말이 되느냐고…. 이건 내서는 안되는 논문이잖아요. 이게 대학교수가 할 짓이에요?"]


사실 확인을 위해 논문 대필의 중심에 있는 한 감독을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뷰: 000 / K대 체조 감독: "그 문제는 지금 학교에서 정확하게 정리안됐기 때문에 정확하게 뭐라 말씀드리기가…"]

Q. 감독님이 쓰신 것은 맞는 건가요?

[인터뷰: 000 / K대 체조 감독: "논문이라는게 다 그렇죠"]


취재진은 논문대필을 시킨 전임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학교를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학교 관계자: "안계세요. 요즘은 방학이라… 방학에는 교수님들 들쭉 날쭉 하시잖아요."]


또 다른 교수를 만나기 위해 연구실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인터뷰: 학교 관계자: "연락처를 주시면 저희가 (B교수님 한테) 연락을 드려서 전화드릴테니까 그렇게 알고 가시면…"]


결국 취재진은 연락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긴 한데요. 스포츠계에도 논문 표절에 이어 대필이 심각한 문제로 확산될 우려가 있을 것 같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요즘 뉴스를 통해 많이 알려지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얘기입니다. 선수들이 은퇴 후 미래를 위한 설계를 학위 취득에 연연하다 보니 논문 대필이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동안 체육계에는 선수와 감독, 코치 등 많은 현역 체육인들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 체육계의 관행처럼 이어오던 고질적인 논문 대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뷰: 박모씨 / 전 K대 계약직 교수: "관행이에요. 체육쪽에. 마치 이게 당연하다는 듯이 잘못 인식되어 가고 있는게 안타깝죠."


그렇다면 학자나 연구자가 아닌 체육인들이 왜 논문을 쓰는 것일까요?

짧은 선수생활. 그리고 은퇴 이후 삶에 대한 불안감이 그들로 하여금 논문을 필요로하게 만든 것입니다.


[인터뷰: 박모씨 / 전 K대 계약직 교수:"대학에 어플라이(지원) 한다거나 논문이 없으면 안되잖아요. 타 대학에 임용을 한다던가 공고가 뜨면 논문 점수를 내야 하잖아요. 그때 쓰려고 하는거에요."


[인터뷰: 강주희 / 국제 배구 심판: "지금은 교수가 아니지만 그들이 언젠가는 학교에 자리가 나면 교수가 하고 싶은거죠."



[아나운서 멘트]

체육인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게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기자 멘트]

현역 출신 체육인들은 운동과 학업의 병행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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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000 / 전직 야구 선수: "논문을 쓴다기 보다는 논문 쓰는 방법도 모르고 있는데.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선수가 논문을 쓴다는 건 말이 안되고요."


[인터뷰: 강주희 / 국제 배구 심판: "운동하고 남는 시간에 논문을 쓴다는 것이 사실 우리는 학교에 상주하면서 논문을 쓰고 공부를 해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불가능하죠."


[아나운서 멘트]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심을 파는 방법을 택하는 거군요.


[기자 멘트]

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다른 사람의 땀과 노력을 훔치는 엄연한 범죄입니다.


대필한 사람과 의뢰한 사람 모두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당사자들끼리 쉬쉬할 경우 대필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고, 오랜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체육인들 사이에선 큰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나운서 멘트]

그렇다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정말 불가능하기만 한 건가요?


[기자 멘트]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 이창하씨는 지난 1999년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면서 코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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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창하 / 대한체육회: "보통 운동이 9시에 끝나면 연구실에서 (새벽) 3~4시 까지는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든 부분도 많았는데 알아간다는 기쁨이 컸던 것 같아요."]




스포츠는 페어 플레이, 즉 공정성을 강조합니다.



논문이라고해서 이런 원칙을 깨버린다면, 제아무리 스포츠 영웅이하고 해도 한낱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인터뷰: 이창하 / 대한체육회: "저는 1년 이상 논문에만 집중해서 겨우 논문을 썼는데…공부를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고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나운서 멘트]

그렇습니다. 이렇게 자력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논문을 쓰는 체육인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논문을 쓰게 될 때 어떻게 쓰는지 방법도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 않나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운동만 하던 체육인에게 논문을 쓰는 건 어찌 보면 무리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 현장 경험을 반영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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