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현장 포토] 가족 등 7명, 휴가차 계곡 찾았다가 '날벼락'

입력 : 2014.08.03 12:58|수정 : 2014.08.03 15:07


여름 휴가철을 맞아 경북 청도의 펜션을 찾은 7명이 새벽에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가려다가 계곡 급류에 휩쓸려 모두 숨졌습니다.

경남 김해에 사는 한모(46·여)씨는 어제(2일) 딸 윤모(21)씨, 남동생 한모(38)씨 등과 함께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의 삼계계곡을 찾았습니다.

삼계계곡은 신원천의 맑은 물과 울창한 숲으로 많은 피서객이 찾는 곳입니다.

일행에는 3명 이외에 남동생 한씨의 아내(36), 5살과 2살 짜리 아들 2명, 윤씨의 직장 친구 박모(21·여)씨 등 4명이 포함됐습니다.

딸 윤씨와 친구 박양은 경북 청송을 방문했다가 청도 펜션에서 합류했습니다.

이들은 삼계계곡에서 신원천 건너편의 한 펜션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동생 한씨 부부의 어린 아들들도 동행해 오토캠핑장 대신 인근 펜션을 숙박지로 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이 삼계계곡에 있던 어제는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기는 했지만 안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오늘(3일) 0시를 넘어서면서부터 비와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시간당 10㎜의 강한 비가 내렸습니다.

삼계계곡의 하천은 상류에서부터 내려온 물로 점점 불어났습니다.

그럼에도 한씨 일행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늘 새벽 2시가 넘어선 시각에 하천을 건너기로 했습니다.

목격자들은 한 남성이 오전 2시 40분 홀로 자동차를 끌고 20∼25m인 보를 건너가본 뒤 안전을 확인하고 돌아와 일가족을 태워 다시 건너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운전자는 남동생 한씨로 추정됐습니다.

최초 신고자는 이들 뒤를 따라가던 승용차 운전자로 "앞서 가던 자동차가 물에 휩쓸렸다"고 소방서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새벽에 물이 차오르는 보를 왜 건너려고 했는지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계곡물이 불어나면 자칫 고립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길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박양은 어제 오후 11시 자신의 아버지에게 '여기도 비가 온다. 계곡서 놀다가 바위에서 넘어져 팔이 약간 까졌다. 괜찮다'고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신원리를 지나는 지방도 69호선에서 신원천 건너편에 있는 캠프장이나 펜션에 들어가려면 승용차를 이용해 하천 바닥에 놓인 얕은 보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건너야 합니다.

이 지역 주민은 비가 오면 잠긴다고 해서 잠수교라고 부릅니다.

불이 비교적 적은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보 위로 계곡물이 쏟아지기 때문에 길을 건너기 어렵습니다.

계곡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물이 불어났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한씨 일행이 위험성을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무리해서라도 건너가야 할 형편이 있어서 건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한씨 일행 7명은 새벽 2시 50분 아반떼 승용차를 타고서 하천을 가로질러 건너던 중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렸습니다.

도움을 청할 사이도 없이 차가 뒤집힌 상태로 하류로 떠내려갔습니다.
한씨 일행을 뒤따르던 차주의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수색에 나섰지만 비와 바람이 거세 쉽사리 찾지 못했습니다.

구조대가 오전 6시 45분 1.2㎞ 하류지점에서 승용차를 발견했을 때는 7명이 모두 숨진 상태였습니다.

사고 전날인 어제  오후 11시 20분부터 청도 일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린 상태였습니다.

청도군청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8회에 걸쳐 인근 펜션주인에게 주의 메시지를 통보했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오늘 오후 2시 현재까지도 신원리 일대 캠프장과 펜션 80여곳 가운데 신원천 건너편에 있는 14곳의 캠프장과 펜션에 머무는 수백명은 하천을 건너지 못해 고립된 상태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계곡 인근에는 100여개의 펜션이 영업 중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