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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클린턴 집권이 美 황금기 못 되돌려"

입력 : 2014.07.29 09:01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차기 미국 대선에서 집권하더라도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 시 구가했던 미국의 황금기를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FT의 기디언 래치먼 외교분야 수석 칼럼니스트는 이날 '클린턴 집권이 영광의 시절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란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빌 클린턴은 미국의 황금기에 대통령이 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래치먼은 1992년 빌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수락했을 때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의 난간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며, 당시 울려 퍼진 음악은 미국의 낙관주의와 미래지향적 가치를 상징하는 플리트우드 맥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요'였다고 소개했다.

당시 빌 클린턴의 옆에는 그의 아내인 힐러리와 어린 딸 첼시가 나란히 서 있었다.

래치먼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만약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미국 대선에 도전한다면 그의 비공식 선거캠페인 노래는 '어제'(Yesterday)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클린턴이란 이름이 갖는 가장 강력한 매력은 미국의 모든 근심이 멀리 사라진 듯이 보였던 1990년대의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라고 래치먼은 지적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빌 클린턴은 지난 25년 동안 가장 훌륭한 미국 대통령으로 여겨지고 있다.

래치먼은 비록 힐러리 자신도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지낸 만만찮은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가 가진 매력의 상당 부분은 '클린턴 브랜드'가 가진 따스한 빛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을 때는 미국이 경제나 지정학적 측면에서 최고의 황금기였다는 행운이 따랐다며, 힐러리가 집권하더라도 그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기 바로 전해 소련이 붕괴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빌 클린턴 집권 8년 동안 세계에서 미국의 '슈퍼파워' 역할을 위협하는 진정한 경쟁자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을 위협하는 상대였던 일본 역시 1990년대 들어 장기침체에 빠졌으며 중국은 1989년 발생했던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였다.

비록 중국의 경제가 1990년대에 가파르게 성장하긴 했지만, 클린턴 집권 시절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의 12% 수준에 불과했다.

클린턴 집권 시 미국의 실업률은 4%에 불과했고 인플레이션은 적절히 통제됐으며 이 때문에 '신경제'라는 표현이 공공연히 회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미국 경제의 이런 호황은 클린턴의 전임자인 조지 H.W 부시가 시행했던 현명한 재정 정책에서 비롯됐고 클린턴은 운이 좋게도 이런 흐름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대부분 직장이 컴퓨터 중심체제로 전환하면서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급증하던 행운도 뒤따랐다.

이처럼 모든 환경이 좋았기 때문에 빌 클린턴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성적인 유희를 즐길 시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래치먼은 꼬집었다.

반면 클린턴과 같은 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 해도 불과 집권 2개월 전에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금융·경제위기는 오바마 집권 기간 내내 그를 괴롭혔다.

미국인들이 빌 클린턴 재임 시절에 대해 향수를 갖는 것은 오바마와 대조적인 그의 스타일에도 기인한다.

한때 오바마는 그의 차분함(cool)으로 칭찬을 받았지만, 지금은 냉담함(coldness)으로 비난받고 있다.

반면 빌 클린턴은 한때 제대로 훈련을 못 받았다고 공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면모가 인간적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래치먼은 클린턴이 대통령이란 직책에 오바마가 부족한 따뜻함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래치먼은 그러나 클린턴과 오바마의 진정한 차이점은 성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있다며 힐러리가 집권하면 마법처럼 그의 남편 재임 시의 황금기를 재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플리트우드 맥의 노랫말 '과거는 흘러갔네, 과거는 흘러갔네'처럼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시드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