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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오바마, 캠프 데이비드로 간 이유는?

이성철 기자

입력 : 2014.07.21 09:21


워싱턴에서 차를 몰고 북서쪽으로 1시간 10분 정도 달리면 울창한 숲에 싸인 군부대에 이른다. 메릴랜드 주 프레더릭과 펜실베니아 주 게티스버그 중간 쯤 서몬트의 캐톡틴 산 속에  있는 곳,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이다.

'해군 지원 시설 서몬트'가 공식 명칭이지만 캠프 데이비드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손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가까이는 백악관을 답답해 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애용했다.

멀리는 2차 세계대전이 절정으로 치달은 1943년 영국의 처칠 총리가 이곳을 찾았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긴 총리를 초청했다. 그 결과 도출된 캠프 데이비드 협정은 중동 평화의 커다란 이정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전용 헬기에 올라 캠프 데이비드로 향했다. 백악관 참모들이 동행했다. 민주당 정치 모금 행사에 참석하고 틈틈이 골프장을 찾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국제적 갈등을 풀어보겠다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

우크라이나, 이라크, 팔레스타인, 다시 우크라이나... 세계 정세가 혼돈에 빠졌다. 도처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민족주의가 분출하면서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케리 국무장관 취임 이후 중동 평화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셔틀 외교를 펴던 미국이 한 발 뺀 사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전쟁이다. 일차적 책임은 팔레스타인 쪽 무장 세력 하마스에 있다며 미국이 팔짱을 끼고 있는 동안 가자 지구의 무고한 목숨이 수없이 스러져 가고 있다. 그 비참함은 더이상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우크라이나는 어떤가? 말레이시아 민항기 격추라는 참혹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세계가 경악했다. 긴장이 고조되면 우발 사태 가능성은 높아진다. 긴장 완화를 주문하는 이유다.

사건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반군의 소행으로 혐의가 좁혀지고 있다. 고의보다는 과실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이 정도면 미필적 고의에 가깝다. 민항기가 다니는 항로임을 분리독립 세력의 지도자들도 모를 리 없다.

케리 국무장관은 CBS와 NBC, ABC, FOX, CNN 등 주요 방송사 일요 시사프로그램에 릴레이 출연해 미사일은 러시아에서 분리 독립 세력의 손에 넘겨진 것이 거의 명백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면으로 용의자와 공범을 지목한 것이다. 현지 대사관의 조사와 정보기관의 분석에 근거했다. 이는 미사일이 반군 지역에서 발사됐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평가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러시아 군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가 관건이다. 고성능의 '부크' SA-11 지대공 미사일을 넘겨주기만 한 것인지, 기술 지원에 나서 미사일 쏘는 법을 가르쳐 줬는지, 아니면 러시아 군이 직접 발사에 관여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답은 푸틴 대통령이 내놓을 차례다. 푸틴은 '교전 지역' 상공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화살을 돌리며 시간을 벌고 있지만 그렇게 끌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친러 반군 세력에 영향력을 행사해 객관적인 조사를 보장하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질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도 '푸틴 스타일'로 밀어붙이며 국제적인 부랑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것인가?

가족과 친구를 잃은 유럽과 말레이시아, 호주 아니 세계의 시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3위의 기쁨도 잠시, 네덜란드 국민들이 울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아서, 또 러시아에 군함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푸틴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던 지도자들도 압박감이 적지 않다.

미국은 짧은 시간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진정시키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할 두 가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푸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러시아 개입 증거를 모두 공개하며 궁지로 몰 것인가? 아니면, 우크라이나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파트너로 끌어들일 것인가?

케리 장관은 연쇄 방송 출연을 마치고 곧바로 이집트로 향했다. 캠프 데이비드 협정의 주역 사다트의 후예를 만나러 간 것이다.

2박 3일 캐톡신 숲속의 선선한 바람을 쐬며 머리를 식힌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위기 해결에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그의 '캠프 데이비드 구상'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