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백합으로 장식된 근조 화환 100여 개가 분향소 앞 긴 복도를 하얗게 채웠다. 겹쳐 세우고도 자리가 없어 출입문 앞에 내놓은 것들도 있었지만, 사회 각계에서 보낸 화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갔다.
영정과 가장 가까운 곳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그리고 각 정당 대표 등이 보낸 묵직한 화환들이 놓였다.
오후 5시부터 조문객을 받기로 했지만, 애도의 발길은 이미 두어 시간 전부터 이어졌다.
김정삼 강원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한 도소방본부 간부 등이 가장 먼저 찾아 조의를 표했고, 동료 소방관, 국회의원과 사회단체 관계자들, 지인과 일반 시민의 발길이 잇따랐다.
모든 조문객이 이들 앞에 깊이 고개를 숙였고, 침묵 속에 헌화했다.
'국민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시고 순직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숭고한 희생정신 잊지 않겠습니다.', '희생에 경의와 애도를 표합니다.'
방명록에는 이들의 노고에 뒤늦게나마 감사 인사를 전하는 많은 문장이 적혔다. 소방관으로 살며 늘 음지 속에서 땀 흘리며 일했던 이들이 이날 받은 꽃과 위로와 감사의 인사는 살아서 받았어야 더 마땅한 것들로 보였다.
18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 강원효장례문화원에 마련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분향소'에 조문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광주 도심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정성철(52) 소방령, 박인돈(50) 소방경, 안병국(39) 소방위, 신영룡(42) 소방장, 이은교(31) 소방교.
숨진 소방관들의 지인들은 황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 소방위의 군 후임이었다는 김대호(30)씨는 "뉴스에서 소식을 접하고 놀라 동기와 함께 왔다"면서 "군 시절 병사들을 잘 대해주고 불합리한 것을 특히 못 참았던 상사였다"고 안타까워했다.
동료 소방관들은 영정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서러워했다.
이 소방교의 첫 근무지였던 정선소방서에서 함께 일했던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김정식(33) 소방교는 영정 앞에서 눈을 질끈 감고 흐느꼈다. 그는 "충남 서산에서 올라왔다"면서 "결혼 앞두고 해맑게 웃으면서 좋아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을 훔치며 분향소를 나선 양승현(36)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방교는 "동료 신 소방장은 항상 열정적인 사람이었다"면서 "나도 언젠가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동료를 먼저 보내 유가족들께 미안하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고 현장인 광주에서 출발해 오후 8시 35분께 분향소에 도착한 정 소방령과 박 소방경의 유족들은 또다시 주저앉아 오열했다.
"어어흑…내가 왜 여기 와야 해. 왜 와야 해…. 어어어흑…."
노모는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조문객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울었다. 한데 모인 유족들은 말이 안 나오는 듯 가슴을 치며 밤이 깊도록 통곡했다.
강원도와 강원도소방본부는 순직한 소방관들에게 이날 1계급 특별 승진을 추서했다.
유족들의 조문을 돕던 동료 소방관은 "순직하고 나서 1계급 특진이 다 무슨 소용이겠느냐"며 "그들은 죽고 우리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 게 너무나 죄스럽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효장례문화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이날부터 22일까지, 도청 별관 4층의 합동분향소는 20일부터 25일까지 운영된다. 영결식은 강원도장(葬)으로 22일 오전 9시 도청 별관 앞에서 거행된다.
(춘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