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의 문명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자원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14일 나왔다.
차의환 울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최근 발간한 자서전 '회야강의 달'에서 울산의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를 '비운의 주인공'이라 칭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 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할수록 문명의 자원화가 함께 진행된다.
가령 하나의 문명이 탄생하면 그 가치가 처음에는 정체하지만, 경제 발전과 함께 가치 역시 상승하는 '동시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차 부회장은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의 라스코동굴벽화를 꼽았다.
이 벽화는 1940년 발견된 이후 8년 만에 일반에 공개돼 관광명소가 됐고, 23년 만인 1963년에는 똑같이 만든 복제물로 대체되고 원형은 보존하도록 조치됐다.
이 기간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400 달러(1948년)에서 1천700만 달러(1963년)로 증가, 꾸준한 경제성장을 보였다.
즉 경제성장 정도에 따라 문명의 자원화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이다.
반면에 반구대 암각화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1971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사연댐 상류에서 처음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24년이 지난 1995년 국보로 지정된 것이 전부다.
일반에 공개하거나 보존을 위해 복제물을 만드는 등의 시도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발견 이전인 1965년 암각화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아직도 댐 수위에 따라 한해의 절반가량은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울산의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는 하향곡선을 그리는 '비동시화 현상'을 보인 것이다.
다시 말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 부회장은 "반구대 암각화는 문명적 가치를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실체가 훼손됐다"면서 "자원화된 부의 창출은커녕 앞으로의 미래손실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선사시대 바위그림으로 고래 등 300여 점이 새겨져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자맥질을 방지하기 위해 가변형 투명 물막이 시설(카이네틱 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