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시진핑 방한 여파…북중조약 행사 '올스톱'

입력 : 2014.07.11 17:04


북한과 중국이 오늘(11일) 양국관계의 토대를 이루는 북중우호조약 체결 53주년을 맞았지만, 양국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분위기입니다.

김일성 주석(당시 내각 수상)은 1961년 7월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저우언라이 총리와 상대 국가가 군사적 공격을 받으면 전쟁에 자동 개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중우호협력원조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보통 북중조약 체결일에 양국 친선관계를 크게 부각했지만, 올해는 당일 오전까지 북한 매체에서 관련 내용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오늘자 2면에 최근 김 주석의 20주기를 맞아 방북한 중국의 항일열사 장울화의 아들이 김 주석을 찬양한 글에서 북중관계를 살짝 언급했을 뿐입니다.

김정은 체제가 2012년 들어서고 나서 노동신문이 북중우호조약 기념일에 관련 논설을 게재하지 않기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작년 7월11일 '반제자주와 민족적 번영을 위한 길에서'라는 논설은 북중조약 52주년을 맞아 "형제적인 중국 인민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고 밝히고 북중관계 강화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조선중앙TV도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지난해 북중조약 기념일에는 김 주석이 과거 마오쩌둥, 덩샤오핑 등의 중국 지도자를 만난 장면을 담은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중앙TV가 오늘 오전 소개한 방송순서에 양국 지도자의 친선을 부각한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중국 쪽 반응은 오히려 북한보다 더욱 썰렁합니다.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 대외문제를 주로 다루는 환구시보, 신경보 등 주요 관영매체에서 오늘 북한 관련 기사는 찾아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북중조약 관련 기사는 한 건도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난해 기념일에는 중국신문망 이 "북중우호를 굳건히 하자"는 내용을 담은 북한잡지의 글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북중 동향에 밝은 한 베이징 소식통은 "북중조약은 양국관계의 토대를 이루는 만큼 기념행사나 인사교류 동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념행사는 (예전에) 다 취소되고 이번에 서로 말조차 못 꺼낸 것으로 안다"며 "중국 쪽 분위기가 냉랭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기념일을 전후로 한 고위급 인사 교류도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류훙차이 북한 주재 중국대사로 하여금 평양에서 북한인사들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열도록 조치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올해 조약체결 기념활동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것은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 같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나름의 시위를 벌인다는 분석입니다.

이달 들어 북한 매체에서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정부 역시 북한의 제3차 핵실험과 '중국통'인 장성택에 대한 처형 등으로 누적된 북한에 대한 불만을 이번 기념일을 통해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북중우호조약 기념일에 침묵하는 것은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과 북핵 문제 정책 등에 반발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베이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혈맹'으로 불려온 북중관계가 '정상국가 관계'로 변모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한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중국과 북한이 군사동맹 관계에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 "어떤 국가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 것이 중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라며 양국의 '정상적 왕래'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