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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략경제대화, 중대현안 이견·갈등

입력 : 2014.07.11 02:44

미 '현상변경·해킹' 공격…중 '영토문제 편들기·도감청' 반격


중국과 미국이 안보·경제 현안 및 지역·글로벌 현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제6차 전략경제대화(S&ED)에서 해양 영유권 갈등과 사이버 해킹, 인권 문제 등 쟁점을 놓고 다시 한 번 격돌했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10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상호주권과 영토의 완전한 보호를 존중하고 각자가 선택한 발전 방식을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에 대한 수호를 강화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이 이번 대화에서 미국이 티베트, 신장(新疆), 대만 문제 등 '내정'에 개입하거나 영유권 갈등 문제에서 필리핀, 베트남 등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강하게 항의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양 국무위원은 특히 "중국은 미국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며 한쪽 편에 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이버공간을 다른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인터넷 감시와 도·감청 논란도 도마 위에 올렸다.

중국의 이같은 날 선 태도는 전략경제대화 기간에 이뤄진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의 공격에 대한 반격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AFP 통신 등 일부 외신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유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날 양 국무위원과의 만남에서 해양질서를 지키고 인권을 보장할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새로운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몇 달간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과 변호사, 언론인들이 체포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의 인권과 중국이 가장 민감한 영역 중 하나로 여기는 티베트, 신장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은 특히 폐막 기자회견에서 "해킹에 의한 지적 재산권 침해는 혁신과 투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중국의 사이버 해킹 문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북핵 문제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론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압박이냐, 대화 우선 재개냐' 등의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했다"며 "미국과 중국은 비핵화하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드는 중요성과 시급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도 제재 이행을 강화해왔고 북한과의 독특한 관계에서 그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며 대북 압박과 중국 역할론에 무게를 뒀다.

양 국무위원도 "조선(한반도) 반도 핵 현안과 관련해 양국은 평화적인 방법에 의한 비핵화 실현과 반도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 측은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모든 당사국이 절제와 자제력을 보이는 한편 언행을 신중하게 하고 긴장을 완화할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측은 관련 현안에서 긴밀하게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며 대화 재개에 방점을 뒀다.

어쨌든 미국 고위 당국자가 북핵 논의와 관련해 "조금 진전이 있었다"(a little further)고 평가한 것은 6자회담 재개 등을 둘러싼 각국 움직임이 좀 더 분주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아울러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영역에서는 주목할만한 합의사항도 적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이날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늘리고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줄이는 한편 "2년 내 금리자율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미국의 요청에 대한 중국의 '성의'로 해석된다.

미국은 위안화 가치가 2010년 이후 14% 올라갔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는 만큼 환율 자유화 조치를 더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에 대해 "중국이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줄이기 위해 크게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번 대화 성과에 대해 ▲2014년 쌍방투자협정의 주요항목 타결 ▲상대국 기업에 대한 개방적 투자환경 조성 ▲민간용 첨단상품의 수출허용 등을 부각하며 "모두 90여 개의 합의"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또 경제투자협정을 가속화하고 기후변화와 야생동식물 불법교역 방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며 대규모 군사훈련 등에 관한 '핫라인'을 조기 구축키로 하는 등 군사교류, 반(反)테러,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도 많은 합의사항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해킹 분야에서 겉으로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지만, 물밑으로는 양국 사이버안보 실무그룹이 접촉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미국 대표단을 만나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의 정신으로 대화하고 소통해 대립을 줄여가자"고 말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1월 중국 방문 때 양국 간 여러 현안에 대한 이견 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