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손익분기점은 몇살?" 자료 : 니혼게이자이 신문
일본이 고민이 빠졌습니다. 명백한 숫자들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범벅이된 수식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개시 연령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두고 일본은 계산중입니다.
일본도 현재는 우리 국민연금과 마찬가지 방식입니다. 개시 시기는 65세이지만, 70세까지 늦출 수도 있고 60세부터 당겨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 달 늦추면 0.7% 월 수급액이 늘어나고, 반대로 한 달 당겨서 받을수록 0.5% 수급액이 낮아지는 구좁니다.
국민연금 재정 상태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게 빡빡한 모양입니다. 수급 개시 시기를 일률적으로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당연히 표 떨어지는 소리죠. 그런 안을 좋아아할 국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본도 실제 지난 민주당 정부 때 68세로 수급시기를 늦추는 안을 추진했다가 정권이 흔들릴 정도의 비난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논의되는 안이 '수급 시기 선택을 확대'하는 방안입니다.
현재 수급시기를 '70세까지' 늦출 수 있는 구조를, '75세까지' 늦출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혀보자는 안이 한참 논의되고 있습니다.
계산식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65세부터 받는 일반적인 경우와, 60세부터 당겨받는 경우 혹은 70세나 75세부터로 늦춰서 받는 경우 어느 쪽이 '더 많이' 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말이죠.
앞의 표는 그 경우의 수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수급시기를 70세부터로(현재 가장 늦출 수 있는 나이) 하면, 82살이 될 때부터 '이득'이 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75세로 더 늦추면(현재 논의중인 안) 87세, 정확하게는 '86.9세' 이상이 되면 연금 총수급액이 더 많아집니다. 오래 살수록 총 수급액이 커지는 겁니다.
문제는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기대여명으로 어림잡을 수 있을 뿐인데, 75세 일본 남자들의 평균 기대여명은 11.57년이고 여성은 15.27년입니다. 남자들은 87세까지 살 가능성이 낮으니(75+11.57=86.57 < 86.9) 불리하고, 여자들은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에 감안해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75세까지 살아 있을 가능성이 남자들은 73%, 여자는 86%입니다. 계산이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더구나 일본도 국민연금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꽤 큽니다. 오래 살면 더 받을 수 있다는 계산만으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국민연금을 몇년 뒤부터 받겠다는 용기(?)를 내기란 일본 사람들도 어려운 모양입니다.
실제 70세까지 수급시기를 연기할 수 있는 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연금 개시시기를 연기한 사람은 1.2% 3천명 남짓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연금 개시시기를 앞당긴 사람이 18%, 4만 7천명에 이릅니다. 연금 개시시기를 앞당기면 개인적으로는 손해가 될 가능성이 더 큰데도 말입니다. 60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77살이 되면, 정상수급(65세부터)의 경우보다 연금총액이 작아집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연금개시 시기를 조정하는 안이 연금재정 자체에는 '중립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연금재정은 마찬가지가 되도록 설계했다는 겁니다. 연금개시 시기를 일률적으로 상향하지 않는 한 연금재정상황은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반만 맞는 얘기로 들립니다. 제도는 바꿀 수가 있죠. 만약 많은 사람들이 연급수급 시기를 늦추는 쪽을 선택했을 경우, 매달 늘어나는 수급액 비율 0.7%를 0.65%로 살짝 줄여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론 엄청난 반발이 있겠지만, 연금개시 시기를 65세로 늦춘 것도 누가 좋아해서 했던 일은 아니잖습니까? 정치란 때론(아니 대체로) 몰염치한 것이니,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일본의 연금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이나 노인 일자리 대책과 함께 연금 수급시기를 일률적으로 상향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79세)보다 평균수명이 짧은 영국(77세)도 2046년에 연금개시 연령이 65세에서 68세로 올라가도록 결정했고, 독일도 2029년까지는 역시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하도록 결정했다는 겁니다.
자! 남의 나라 얘기지만 계속 뒷목이 서늘하지 않으십니까?
이제 막 정년을 60세로 하는 법이 통과됐고, 대부분의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서 대출이자 갚기 빠듯한데다, 중년 10년 이상을 애들 교육비 대는 데 등골이 빠지는 우리의 노년은 어떻게 될까요? 청년 일자리 확대도 신통찮은 상황에서,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확대해서 연금 의존도를 낮추고 연금 수급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냉정한(?) 학자들의 주장을 접할 때면 머리카락이 쭈뼛거립니다.
일본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민연금 문제,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구나 사회안전망이 상대적으로 더 허술한 우리의 경우는, 연금문제와 동시에 검토돼야 마땅한 문제가 훨씬 더 많아보입니다. 논의의 수준과 폭, 밀도를 더욱 높여야 할 때로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권은 자기들 급할 때만 잠시 관심을 두는 듯해서 볼수록 불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