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시저'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고대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는 '위대한 독재자'로 불린다. 그는 삼두정치를 이끌며 위기에 처한 로마 사회를 안정시켰고, 강력한 통솔력을 바탕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혹성탈출:진화의 시작'(2011)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활약한 유인원의 이름이 '시저'인 것은 그저 우연일까.
전편에서 인간 사회를 등지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났던 시저가 유인원의 리더가 돼 돌아왔다.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하 '혹성탈출2')은 '시미안 플루'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고 난 후 10년 뒤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멸망 직전의 인류와 달리 유인원들은 문명 사회를 위협하는 거대 세계를 만들며 번영을 거듭한다. 그 중심엔 시저가 있다. '인간은 유인원보다 뛰어나다'는 자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훌륭한 가장, 위대한 리더로서 정의를 수호하고 원칙을 고수한다.
한편, 바이러스를 피해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간들은 타워를 건설해 힘겹게 살아간다. 생존자 공동체의 리더 '드레이퓌스'(게리 올드만 분)와 조력자 '말콤'(제이슨 클락 분)은 인간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한다.
10년 동안 서로의 존재를 잊고 있던 두 종족은 전력을 끌어들일 발전소를 찾아 숲에 들어간 인간들에 의해 다시 마주치게 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극도의 두려움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공존할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과 유인원 사회의 분열은 서로를 향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게 된다.

전편이 시저의 탄생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편은 성장과 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인상적인 것은 유인원이 만들어낸 거대 세계다. 질서와 규칙이 존재하는 이 사회 안에서 유인원들은 글을 배우고 수화를 사용하는 등 문명사회의 틀을 만들었다.
폐허가 된 인간 사회와 달리 그곳엔 평화의 기운이 가득하다. 이들의 화목을 깨는 것은 인간이다. 도시의 전력 수급을 위해 숲 속에 위치한 발전소를 재가동하고자 한다. 그 사명을 부여받은 말콤은 가족, 동료와 함께 시저의 마을로 찾아오고, 이는 내부 사회의 분열을 일으키는 시초가 된다.
가장 큰 적은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유인원 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2인자인 코바는 인간에게 기회를 준 시저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음모를 꾸민다.
코비의 반란으로 죽을 고비를 맞이한 시저는 강인한 정신력과 탁월한 리더쉽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듯 탁월한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더 돋보이는 법이다.
시저는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는 철칙을 강조해왔지만, 원칙을 깬 반역자에 대해서는 확실한 응징을 가한다. 반면 대중의 의견을 무시한채 독선으로 일관한 코바는 실패한 독재자의 전철을 밟는다. 시저와 코바의 리더쉽은 포용력과 융통성에서 평행선을 달렸고, 무엇보다 대중의 지지와 신뢰 여부가 극명하게 갈리며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은 윌(제임스 프랑코 분)과 시저의 교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인간과 유인원의 공존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반격의 서막'은 인간과 유인원은 공존할 수 없는 관계임을 재확인시켜준다. 인간이 유인원을 상하 우위 개념에 의한 침략과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상 말이다.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에게 메가폰을 물려받은 맷 리브스 감독은 2편에서 기술적 진화를 이용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컴퓨터 그래픽에만 의존하지 않고 열대 밀림에 세트장을 설립, 유인원 사회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혹성탈출2'는 유인원이 주인공인 영화다. 인간 배우들은 그저 거들뿐이다. 시저를 필두로 한 2,000여 명의 유인원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생명력을 부여받아 생생하게 살아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 '킹콩'으로 이어진 할리우드 모션 캡처가 얼마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가가 보여진다. 모션 캡처 연기의 1인자 앤디 서키스는 다채로운 모션과 표정으로 시저라는 캐릭터에 풍성한 입체감을 부여했다.
특히 깊은 눈빛과 다채로운 표정, 주름 한 줄과 입 모양 하나에서도 읽을 수 있는 시저의 섬세한 감정변화는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표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앤디 서키스 뿐만 아니라 코바 역의 토비 켑벨, 모리스 역의 카린 코노발을 비롯한 수십여명의 배우들이 공들인 연기로 생동감 있는 유인원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인간과 유인원이 격돌하는 후반부 액션은 '진격의 서막'이라는 영화의 부제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자랑한다. 말을 타고 도시를 질주하는 유인원들의 모습은 흡사 서부시대의 활극 같은 역동성을 자랑한다.

그에 반해 매력적인 인간 캐릭터가 없다. 전편에서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매력을 발산했던 제임스 프랑코가 빠지고 제이슨 클락과 게리 올드만 등이 합류했지만 존재감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사에 있어서 손에 꼽힐만큼 완성도 높은 리부트였던 '혹성탈출:진화의 시작'과 비교한다면 창의적인 전개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바이러스가 인류 재앙을 가져온 이후의 초반 묘사가 늘어져 압축의 묘가 아쉽다.
그러나 과학 발전의 폐해와 자연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오만함에 경종을 울리는 주제의식은 여전히 묵직하다. 여기에 유인원 사회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정치, 사회, 문화의 인사이트는 '과연 인간이 유인원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되뇌어보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는 묵직하고 간결한 메시지의 사회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은 유인원과 인간의 끝나지 않은 갈등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은 채 다음 편으로 바통을 넘겼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12세관람가, 상영시간 130분, 7월 10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