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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러 차세대 전투기 잇단 화재…우연일까?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 2014.07.06 11:24

미 F-35, 러 T-50 지난달 시험비행 중 같은 지점 화재


우리 공군의 차기 전투기로 선정된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35가 훈련 비행 도중 불이 나서 화재 원인을 한창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직 개발이 끝난 전투기가 아니기 때문에 제때에 개발될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부실, 기체 균열, 엔진 결함 등 워낙 탈이 많았던 기종이어서 “이번엔 또 무슨 일이냐”는 반응을 낳고는 있지만 우리 공군이 도입할 기종이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시계를 2주 앞으로 돌리고 장소를 러시아로 바꾸면 기막히게 똑같은 사고가 나타납니다.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T-50 PAK TA가 시험 비행 도중 사고가 발생해 기체 일부가 불에 탔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두 전투기 강국의 시험 비행중인 차세대 전투기에서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불이 난 것입니다. 우연이겠지요. 하지만 워낙 음흉한 바닥에서 벌어진, 희한하게 비슷한 두건의 사고입니다. 단순 사고가 아닌 ‘사건’일 수 있다는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취재파일용▲ T-50 PAK TA 기체 윗면이 흉하게 타다

불에 탄 T-50 PAK TA의 사진이 러시아 당국에 의해 지난 달 공개됐습니다. 조종석 바로 뒤편부터 꼬리날개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하게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는 지난 달 10일 모스크바 근교 주코프스키에서 벌어졌는데요. T-50 PAK TA가 시험비행을 마치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이 붙은 채 착륙을 마무리했고 심한 폭발이 뒤따르지 않아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개발사인 수호이는 화재 원인을 규명할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수호이는 “경미한 사고로 테스트 일정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T-50 PAK TA는 미국의 F-22와 F-35에 맞서기 위해 수호이가 개발하고 있는 러시아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입니다. 최고 속도가 마하 2~2.5이고 순항거리 4,000km, 이륙중량 35톤입니다. 수호이는 현재 시제기 5대를 제작했습니다. 2대는 지상시험에, 나머지 3대는 비행 테스트에 투입됐습니다. 이번 사고는 당연히 비행 테스트 중인 3대 중 한 대입니다. 현재까지 500 여회의 시험 비행을 했고 내년에는 테스트를 마칠 계획입니다. 본격적인 생산은 2016년쯤으로 잡혀 있습니다. 수호이는 생산 일정을 맞추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불로 남은 2년이란 시간이 어쩐지 길지 않아 보입니다.

취재파일용▲ F-35는 이륙하다가 화재…시험 비행 전면 중단

F-35 화재는 러시아 스텔스 전투기에 불이 난 지 13일 뒤에 발생했습니다. F-35는 이륙하다가 불이 났습니다. 지난 달 23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의 이글린 공군 기지에서 F-35가 활주로를 달리던 중 꼬리날개 부분에서 불길이 솟았습니다. 조종사는 즉각 엔진을 끄고 비상탈출했습니다.

불에 탄 F-35의 사진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흉하게 타고 부서진 모양입니다. 미 해군연구소는 “기체가 심각하게 손상돼 폐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록히드 마틴이 지난 2006년부터 생산한 F-35 104대 가운데 처음으로 폐기처분 대상이 나올 모양입니다. 미국은 F-35의 엔진을 전수 조사해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로 했습니다. 시험 비행은 전면 중단됐고 개발 일정도 조사와 문제 해결 기간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13일 간격으로 벌어진 두 화재입니다. 원인은 찾고 있다니까 곧 나오겠지만 사고 전투기는 모두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이고, 현재 시험 비행중이란 점이 똑같습니다. 불 난 위치도 공교롭게도 일치합니다. 한 대는 착륙하다가, 다른 한 대는 이륙하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점, 시차가 13일 난다는 점만이 다를 뿐입니다. 전통적인 군사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한발이라도 먼저 전력화하고 싶은 것이 양측의 욕심입니다. 해외 시장도 무난한 전력화에 후한 점수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불로 두 나라는 전력화 시기에서 조금씩 손해보게 됐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공교롭습니다. 다 된 밥에 재 뿌렸다가 똑같이 복수당하는 시나리오를 모락모락 피어 오르게 하는 두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