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구글이 선보인 첫 번째 스마트TV인 구글TV는 뼈아픈 실패였습니다. 2010년엔 소니 TV에, 2012년엔 LG전자 TV에 내장해 시장을 공략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고 출시 당시 관심은 서서히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25일 구글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I/O)에서 ‘안드로이드 TV’를 새롭게 선보이며 두 번째 TV플랫폼 공략에 나섰습니다. 안드로이드TV, 이번엔 성공할까요?
IT전문 매체들이 보는 시각을 종합하면 안드로이드TV는 최소한 구글TV보다는 훨씬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구글TV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오롯이 담아 대폭 개선했기 때문입니다.
① 혁신1: TV에 맞는 UI 디자인
컨퍼런스 발표자로 나선 데이브 버크(DAVE BURKE)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안드로이드 TV를 소개하며 사실상 구글 TV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명확히 밝힙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는 달리 TV는 복잡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구글 TV는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보던 작은 아이콘이 TV화면에 줄줄이 늘어서 있어 왠지 어려워 보이는 인터페이스였습니다.


안드로이드 TV는 다릅니다. 초기화면(홈)에서 가장 위에 보여주는 것은 볼만한 추천 콘텐츠입니다. 넷플릭스처럼 인공지능으로 시청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 추천해줍니다. 작은 아이콘 대신 포스터를 잘 보이는 크기로 내걸어 가시성을 키운 점은 구글TV보다 개선된 점입니다. 그 아래 다양한 기능의 앱 아이콘들과 게임, 유튜브 영상들이 배치됐습니다. 새로운 기능에만 집중했던 구글이 소비자 편에 서서 디자인을 생각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와 관련한 데이브 버크의 30초 분량 연설입니다.
유튜브 외부링크로 보기(시작되는 부분부터 약 30초 정도 보세요)
(일부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가 덜 된 스마트폰에선 동영상의 처음부터 재생되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이 때는 모바일 크롬 브라우저로 보시든가 동영상의 1시간 18분 52초부터 30초 가량 보세요)
동영상 번역: 초기 화면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어요. 소파에 등을 기대고 편안히 보기 좋도록 말이죠. 왜냐면 TV는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달리 주로 엔터테인먼트, 즉 즐기는 매체이기 때문이죠. TV에서 복잡한 게 나오는 걸 아무도 원치 않아요. 그래서 화면 위에 추천영상이 뜹니다. 자연스런 ‘물질 디자인'을 활용해 화면 위에 떠있는 디자인이죠. 화면을 내리면 평소 자주 쓰는 앱과 게임들이 나타나죠.
② 혁신2: 게임에 최적화된 스마트TV
안드로이드TV의 두 번째 핵심공략처는 바로 게임입니다. 전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4분의 3이 게임을 즐깁니다. 이들이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긴다면 TV라는 큰 스크린을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입니다. 물론 구글 TV에서도 게임을 할 수는 있었지만 안드로이드TV는 게임패드를 기본 제공한다는 점이 달라진 점입니다. 투박한 키보드가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패드로 바뀐 겁니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보이지만 이는 의미 심장한 혁신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게임패드는 평소엔 리모콘으로 쓰다가 게임할 때는 게임패드로 씁니다. TV로 방송채널만 보던 사람도 게임하고 싶은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리타분한 시사프로그램만 즐겨보던 아버지도 아래 동영상처럼 아들과 게임을 즐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래 영상처럼 말이죠. 실시간 멀티게임 플레이 시연하는 1분 분량 영상입니다.
유튜브 외부링크로 보기 (1분 가량 보세요)
(일부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가 덜 된 스마트폰에선 동영상의 처음부터 재생되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이 때는 1시간 24분 3초부터 1분 가량 보세요)
동영상 번역: 안드로이드TV는 친구와 멀티플레이로 게임도 할 수 있어요. 친구가 어떤 기기를 이용하든 상관 없죠. 자, 제가 ‘NBA JAM’이란 게임을 구동할게요. 여기 소파에 앉아 있는 제 친구 알렌과 함께 멀티플레이를 해볼게요. 알렌은 지금 태블릿PC로 게임하고 있습니다. 제가 첫 득점에 성공했군요.
③ 혁신3: 똑똑한 음성인식 기능
안드로이드 TV의 세 번째 장점은 대폭 개선된 음성인식 기능입니다. 사실 구글 TV에서도 음성인식은 지원됐지만 그 사이 구글 음성인식 기능이 몰라보게 진화했습니다.. 구글의 음성인식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스스로 학습해 점점 정확도가 개선됩니다. 한국어 음성인식 정확도는 아직 조금 떨어지지만 영어는 이미 매우 정확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 덕분에 이젠 TV와 대화하면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고를 수 있게 됐습니다. 아래 영상처럼요.
유튜브 외부링크로 보기(1분 30초 가량 보세요)
(일부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가 덜 된 스마트폰에선 동영상의 처음부터 재생되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이 때는 모바일 크롬 브라우저로 보시든가 동영상의 1시간 20분 8초부터 1분 30초 가량 보세요)
동영상 번역: 구글은 사용자의 말을 분석해 해당 TV쇼를 보여주죠. 한 번의 클릭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관련 앱을 구동시킬 수 있어요. 화면 아래로 내려보면 배우들에 대한 정보가 나오고요, 연관 검색 결과도 나옵니다. 아래에는 유튜브 검색결과도 나옵니다. 배우 사진을 클릭하면 배우 관련 정보와 함께 그 배우가 예전에 찍었던 작품과 그 배우 관련 유튜브 영상 등이 소개됩니다. 안드로이드TV 검색의 가장 큰 강점은 추상적인 말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02년 이후 아카테미 후보작들을 보여줘” 제가 이렇게 말하니까 보세요. 구글이 이를 해석해서 정확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구글이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한 검색도 가능합니다. “‘헝거게임'에서 캐트니스를 연기한 배우가 누구지?” 대답: “제니퍼 로렌스가 헝거게임에서 캐트니스역을 맡았습니다.” (청중 박수)
이쯤 되면 과연 앞으로도 TV 보는 데 채널이라는 게 필요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듭니다. 인간은 거의 한 세기 동안 채널을 선택하며 TV를 봤지만 안드로이드TV를 비롯한 스마트TV가 보편화된다면 채널을 돌려보기보다는 곧장 TV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이야기해서 찾는 게 훨씬 편하겠죠.
얼마 전 미국 5위의 케이블TV제공 사업자인 케이블비전의 CEO인 제임스 돌란은 WSJ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집 아이들도 케이블TV는 거의 안 보고 넷플릭스만 봐요. 미국은 이제 한 5년 뒤면 방송국의 채널 번호가 무의미해지는 시대에 돌입할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케이블을 건너 뛴 24시간 디지털뉴스채널의 등장/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안드로이드TV는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2015에 첫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부터 소니, 샤프, TP비전의 TV에 내장된 형태와 셋톱박스 형태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구글은 또한 일반 TV HDMI 단자에 꼽아 스마트폰과 연동시키는 크롬캐스트의 기능을 대폭 보강해 기존 TV 사용자 역시 공략할 방침입니다. 기존에는 단일 와이파이(WIFI)망에서만 스마트폰과 TV 연동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네트워크와 연결된 어떤 디바이스든 연동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안드로이드TV의 성공을 점치긴 어렵습니다. 스마트홈 플랫폼 경쟁의 최전선인 스마트TV를 쟁탈하기 위해 삼성, LG 등 가전사와 각국의 통신사, 애플 등 IT기업들까지 몰린 채 격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TV는 머지 않은 미래 TV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이정표를 선명하게 보여줬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미래 TV는 방송국 채널을 돌려보는 데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옮기고, 멀티플레이 게임을 하고, TV와 대화하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가는 매체로 변모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