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조직 간 다툼이 치열한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스주(州)에서 31구의 시신가 매장된 구덩이가 발견됐다.
군경 당국은 현장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걸려온 익명의 제보 전화로 위치를 확인한 뒤 시신을 찾아냈다고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발견된 시신은 남자 24명과 여자 7명이었으며 일부에는 끔찍한 고문의 흔적이 있었다.
당국은 인근에 이렇게 매장된 시신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탐색을 벌이고 있다.
사망자의 신원 확인도, 가해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마약 밀매 루트 선점 등 이권을 둘러싼 마약 조직 간 폭력으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미 국가에서 멕시코로 건너오는 항구가 있는 베라크루스는 중미에서 생산된 마약이 육로를 거쳐 미국으로 밀매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약 카르텔의 경쟁 또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멕시코에서도 살인범죄율이 높은 곳에 속한다.
멕시코만 연안에 길게 뻗쳐 있는 베라크루스는 거대 마약 조직인 '걸프 카르텔'과 잔인하기로 악명높은 '로스 세타스'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곳이다.
군 탈영병 등이 주축이 된 세타스는 2010년 걸프의 하부 조직이었다가 갈라져 나와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 걸프와 대립하고 있다.
이들 마약 조직은 경쟁 조직원뿐만 아니라 하수인 역할을 거부하거나 밀고자 역할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가족을 포함해 가차없이 보복을 자행한다.
구덩이 속의 시신들은 마약 조직에 목숨을 잃은 뒤 유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 치안군은 지난해 8월 걸프 두목 마리오 아르만도 라미레스 트레비노를 체포하고 이어 지난 5월에는 세타스를 만든 핵심인물인 갈린도 메야도 크루스를 사살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두머리급이 사라진 조직은 패권을 잡으려고 내부 다툼이 벌어지고, 이를 틈탄 경쟁 조직과의 싸움으로 희생자는 계속 양산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시신을 구덩이에 집단으로 유기한 사례는 베라크루스뿐 아니라 마약 갱단이 설치는 곳곳에서 생긴다.
지난 2월에는 서남부 게레로주(州)에서 군당국이 제보를 받고 12구의 시신이 매장된 구덩이를 찾아냈다.
게레로에서는 2010년 5월 시신 55구가 폐광에서 발견되는가 하면 멕시코 최고의 해변 휴양지 중 한 곳인 아카풀코에서 피랍자들로 추정되는 시신 19구가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지난 수년간 이러한 방식으로 유기된 마약 조직원 등의 시신은 수백 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신 구덩이는 익명의 제보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사건을 자행한 마약 조직원이 군경당국에 익명으로 제보함으로써 경쟁 조직 등에 경고를 하는 것이다.
펠리페 칼데론 정권(2007∼2011년)이 주도한 '마약범죄와의 전쟁'에 따른 희생자는 7만여명, 실종자는 2만6천여명으로 추산된다.
칼데론의 뒤를 이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정부는 연방경찰 산하에 마약 갱단 등 조직범죄에 대응하는 별도의 부대를 창설해 대응하고 있다.
페냐 니에토 정부는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기동성이 뛰어난 공격용 헬기인 블랙호크 18대를 사들여 총기류로 중무장한 마약 갱단에 맞서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마약 갱단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집단 시신 구덩이는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마약 조직원들의 폭력과 착취에 참다못한 서부 미초아칸주(州) 주민들이 무장봉기해 자경단을 결성한 뒤 갱단과 충돌하자 정부가 헬기부대를 급파해 치안을 관리하는 한편 자경단에 무장 해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기도 했다.
무장 해제를 거부하는 이유는 '지역 당국을 믿을 수 없고, 정부 치안군이 물러가면 안전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초로 미초아칸의 일부 자경단을 향토경찰로 공인해야 했다.
경제 개혁에 치중하는 페냐 니에토 정부가 효과를 보려면 근본 골칫거리인 마약 범죄 해결과 함께 실패한 정책으로 지적받는 '칼데론의 전쟁'에 따른 후유증도 극복해야 한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