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개미들을 자세히 보신 적 있습니까? 개미 한두 마리가 물에 빠지면 허우적거리다 그만 물에 빠져죽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러 마리가 모인 개미 집단이 홍수를 만나거나 물을 건널 때면 이들은 사회적 곤충이란 별명에 걸맞게 함께 힘을 합쳐 뗏목이나 다리 모양 대열을 지어 나아갑니다.
아마존 강 유역에 서식하는 어떤 불개미들은 큰물에 휩쓸렸을 때 즉각 한 덩어리로 뭉쳐 뗏목을 만듭니다. 서로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도록 위아래로 몸을 꼭 붙들어 공 모양 뗏목을 만들고, 무리의 중심인 여왕개미는 뗏목의 가장 안쪽 안전한 곳에 위치해 종족을 보전합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이리저리 그저 마구잡이로 뭉쳐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약한 개미들이 무슨 힘으로 강한 물살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물을 건너 상륙할 수 있을까? 이 개미들이 뭉치는 방법이나 구조에 어떤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미국 조지아공대의 데이비드 후 교수팀은 개미가 ‘몸빵으로’ 구축한 이 흥미로운 구조물의 원리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뭉쳐진 개미떼의 표면과 구조를 분석하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일단 밖으로 나가 개미를 흙더미 째 삽으로 퍼왔습니다. 그런 다음 개미 100마리 정도를 골라 컵에 넣고는 이 컵을 빠르게 돌렸습니다. 갑자기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은 개미들은 아주 어지러웠겠지요. 그런 다음 보니, 이 개미들은 무슨 반죽처럼 공 모양으로 뭉쳐 있었습니다. 아마도 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결과로 보입니다. 이 실험은 유튜브 동영상(
https://youtu.be/kBJkNoK8DAw)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좀 잔인한 실험을 했습니다. 이 ‘개미 공’의 구조가 흐트러지기 전에 액체질소에 넣어 순간적으로 얼려버리고, 이 얼어붙은 ‘개미 공’을 마이크로CT 스캐너로 찍어 3차원 사진을 만들기로 했는데...
스캐너의 열이 너무 강했습니다. 이 열 때문에 얼어붙은 개미 공은 녹다 못해 완전히 검게 타버렸습니다. 개미떼들이 참 불쌍합니다. 다른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연구팀이 한참 고민하던 중 미시건대 폴 포스터 박사가 좀 더 점잖은, 하지만 말 그대로 ‘약 빤’ 것 같은 방법을 내놨습니다. 어디서 이런 걸 배워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포스터 박사는 마약인 코카인에 소다와 물을 섞어 더 중독성이 강한 ‘크랙(crack)’으로 만드는 방법을 응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때 코카인 대신에 아교를 알루미늄 통에 넣고 가열해 증발시키면서, 그 위에 새로 만든 ‘개미 공’을 올려놓은 겁니다. 그 결과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아교로 잘 코팅된 ‘개미 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개미들이 서로 어떻게 붙잡고 있는지 3차원 사진을 찍었고, 이제는 분석만 남았죠. 그 결과 연구팀은 개미들이 끈끈한 다리를 서로 붙잡아 몸을 연결하고, 마치 기지개를 켜듯 몸을 쭉 펴서 그물망 구조를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또 이런 그물망 구조가 겹쳐지면서 내부에는 여왕개미 등이 들어갈 수 있는 공기주머니가 생겨난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그렇다면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오각형과 육각형이 서로 겹쳐져 있는 축구공과도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걸까요? 그런데 축구공과 ‘개미 공’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축구공에는 정해진 모양의 패턴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지만, 얼기설기 달라붙은 ‘개미 공’은 얼핏 무질서해 보입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 무질서해 보이는 패턴이 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개미들은 제각기 크기가 다른데, 큰 개미들이 서로 6개의 다리를 사방으로 뻗어 그물망 구조를 형성하면 그 사이에 다시 작은 개미들이 들어가 한층 더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그렇게 해서 개미 한 마리가 다른 개미들과 연결되는 접점의 수가 평균 14번이나 된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보통 축구공의 오각형이나 육각형은 다른 조각들과 5~6번 정도만 붙어 있는데 말입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11일 학술지 ‘실험생물학(Experimental Biology)’에 실린 연구결과입니다.
‘개미 공’의 구조가 생각보다 훨씬 튼튼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걸 다른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면 더 놀라운 결과가 기대되겠지요. 하버드대 라디카 나그팔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가리켜 ‘모듈화된 로봇의 획기적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로봇’ 하면 보통 ‘로보트 태권V'나 ’트랜스포머‘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런 로봇들은 일부 예외는 있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일 로봇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하나의 완전한 로봇보다는 모양과 크기도 서로 다른 부품(모듈)들이 모여서(합체하는) 방식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가 최근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모듈 로봇의 개념은 개미들이 뭉쳐 공 모양 뗏목을 만드는 과정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따라서 로봇이 꼭 좌우대칭을 이룰 필요도, 연결 부위의 결합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고 얼기설기하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더 유기적이고 튼튼한 결합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연구팀은 한 발 더 나아가 개미 군체의 구조와 연결과정을 더 자세히 분석하면 더 거시적인 구조물, 예를 들면 대형 교각이나 건물 같은 구조물을 설계하는데도 개미들끼리의 연결 방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은 개미들의 생활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놀라운 자연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생물자원의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