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유사시 전쟁 지휘소인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 전자기파(EMP.Electro Magnetic Pulse)와 항전자(Tempest) 방호시설을 설치하는 공사를 기술능력도 시공실적도 없는 업체들이 나누어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EMP 탄은 전자기파를 발생시켜 모든 전기 회로를 태워버려 상대편의 통신, 정보, 기계 시설을 모조리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북한이 EMP 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군은 주요 시설에 EMP 탄 방호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템페스트 방호시설은 전자기적 도감청을 막는 장치입니다.
군이 합참 신청사를 건설할 때 합참 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인 지휘통제실에는 EMP와 템페스트 방호시설을 설치했는데 이 공사를 맡은 업체들이 실적도 경험도 없는 업체였다는 겁니다. 합참 지휘통제실은 북한과 교전이 벌어졌을 때 군통수권자를 비롯한 군 최고 지휘관들이 모여 작전을 지휘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전쟁 지휘소라고 불리는 시설입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EMP, 템페스트 방호시설 공사를 3개 업체가 맡았고, 이 업체들은 하나같이 부적격 업체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불법 재하도급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해 원청업체들은 공사도 안하고 돈잔치만 했다고 김 의원은 덧붙였습니다. 김 의원은 이런 시설의 방호 성능이 심각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 “전쟁지휘소 EMP·템페스트 방호시설, 무자격 업체의 불법 공사”
합참 지휘통제실 EMP와 템페스트 방호시설 공사는 3개 업체가 현대건설로부터 나눠 받아 했습니다. 김재원 의원은 이 가운데 2개 업체는 EMP와 템페스트 방호시설 공사 실적이 전혀 없고, 나머지 업체는 실적이 1건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적이 1건 있는 업체조차 국가 공인 기관으로부터 성능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적도 없고 검증도 안받은 업체들이 최고 보안시설의 초민감 방호 시스템을 만든 셈입니다.
그런데 군의 규정은 실적도 없고 검증도 안된 업체가 이런 보안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능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MP 특기 시방서에 따르면 공사를 하는 업체는 EMP와 템페스트 시설을 군에 공급한 뒤 국가 공인 기관으로부터 성능검사를 받아 합격한 측정 데이터 2개 이상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 공사에 투입된 업체들, 시방서에 맞는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군이 실적도 없고 자체 규정에도 어긋나는 업체들에게 초민감 보안시설의 공사를 맡겼다는 건데 민간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당시에 실적도 있고 검증도 거친 업체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 업체는 그러나 애초에 사업에서 배제됐습니다. 방호시설 설계만 해주고 돈도 못 받은 채 쫓겨났습니다. 그리고는 문제의 3개 업체가 등장해 일을 따갔습니다. 어떤 내막인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 “불법 재하도급으로 최고 보안시설 ‘초염가’ 공사”
군 보안시설 공사는 재하도급할 수 없는데 재하도급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국방부가 김재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EMP, 템페스트 공사 2공구의 S사는 하도급에 재하도급까지 일을 내려보냈습니다. 국방부는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재하도급을 할 수 없고, 그런 일도 없었다고 김재원 의원에게 설명했었는데 제출한 자료에는 재하도급 사실이 보란듯이 확인됐습니다. 현대건설이 최초 이 공사를 100억에 땄다면 3개 업체에게는 최소 십수억원 떼어 놓고 일을 줬겠지요. 다시 이 일을 하도급, 재하도급을 줬다면 실제 공사를 한 업체는 도대체 얼마를 받고 일을 했을까요. 실제 공사에 투입된 돈은 반토막일 겁니다. EMP, 템페스트 방호가 제대로 됐을지 걱정입니다.
실적이 없는 즉 기술 없을지도 모르는 업체에게 공사를 맡기는데 그치지 않고 불법으로 재하도급까지 했습니다.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합참 신청사가 완공된 2012년 이전부터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 외부에는 갖은 엉터리 논리를 들이대며 지금까지 무책임하게 허송세월해왔습니다. 김재원 의원은 국방부가 군 검찰뿐 아니라 민간 검찰에도 수사를 의뢰해서 일이 어떻게 이런 모양새가 됐는지, 합참 지휘통제실의 방호 성능은 제대로 나오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가 그래주면 참 좋을텐데요.
● 잘못 꿴 단추…다른 보안시설은 괜찮나
현재 군은 합참 지휘통제실에 버금가는 보안시설에도 1,400억원 규모의 EMP와 템페스트 방호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관악산 문서고, 계룡대 등이 대상입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그 전쟁을 지휘하는 비밀 시설입니다. 합참 지휘통제실보다 훨씬 중요한 곳입니다. 이런 곳에 EMP와 템페스트 방호 공사를 하는 업체는 위에 거론된 업체 중 한곳입니다. 806 비밀사업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2012년 사업이 공고될 때부터 별의별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벌어졌었습니다. 이 공사의 원청 자격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K업체에게 가는 듯하더니 또 한번 모두를 놀래키며 H업체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제 슬슬 그 공사도 파헤쳐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