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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간중독' 김대우 감독 "19금 멜로가 왜 파격이죠?"

김지혜 기자

입력 : 2014.06.02 13:31|수정 : 2014.06.02 13:31


"성인들이 사랑하는 영화를 만드는데 15세 관람가로 만드는 게 더 창피한 거 아닌가요? 그걸 어떻게 가리고 숨겨요? 시작했으면 끝까지 보여줘야지. 제 멜로 영화가 파격적이라고들 하는데 전 아직 제 마음 속 파격을 꺼낸 적이 없어요. 언젠가는 진짜 파격적인 영화를 만들 날이 있겠죠"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음란서생', '방자전'. 이 영화 리스트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이름, 김대우 감독이다. 그는 앞선 두 영화의 시나리오를 써 각광을 받았고, 뒤이은 두 영화의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도 인정받았다. 그 결과 그에겐 '19금 멜로 마스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고전 비틀기를 통해 풍자와 해학, 연애 풍속도까지 보여줬던 김대우 감독이 조선시대를 벗어나 가까운 현대로 왔다. 이번에도 역시나 이야기의 중심엔 '사랑'이 있다.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영화는 부하의 아내에 빠지는 한 남자의 금기된 사랑으로 관객의 흥미를 자극했다. 더욱이 멜로 마스터 김대우 감독과 멜로 스타 송승헌의 만남은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 충분했다.

'인간중독은' 2014년에 개봉한 19금 멜로 영화 중 유일하게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감독의 전작과 비교해 다소 더딘 속도긴 하지만, '인간중독'이 극장가에 퍼뜨린 러브 바이러스는 기대 이상으로 강력했다.
이미지Q. '인간중독'이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 무릎을 쳤었다. 너무나 매혹적인 타이틀이다.

A.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 제목을 염두에 뒀다. 단어 안에 금기어가 섞여있으니까 흥미를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청주에 복어독을 타면 훨씬 맛있듯 인간이라는 단어에 중독을 합치니 톡 쏘는 자극적인 맛이 나는 것 같아 지은 제목이다.

Q.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베트남전 막바지, 그리고 공간적 배경은 군대 관사다. 어린 시절 관사에 살았다고 들었다. 그 기억들이 영화의 모태가 된 것인가?

A. 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6~7살때까지 관사에서 살았다. 조각 기억이 남아있다. 맑은 하늘, 나무가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 아버지의 하얀 테니스 복, 미제 물건들 같은 것들 말이다. 아버지가 1932년생이라 영화 속 배경인 1969년에 내 아버지도 김진평의 나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막연한 기억으로 그 때 아버지는 참 아름다웠다. 아버지에게 이 영화 이야기를 하니 "내가 언제 관사에서 바람폈냐"고 하시더라. 물론 '인간중독'의 이야기는 픽션이다.

Q. 전쟁 막바지, 한국으로 돌아온 군인들이 살고 있는 관사 안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다. 어찌보면 그 시기가 군인들에겐 나른한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국가니 애국심이니 하는 것보다 개인의 행복을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 같달까. 그래서 뒤늦게 사랑에 눈 뜬 김진평이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

A. 맞다. 1960년대는 독특한 시기다. 또 당시만 하더라도 군인은 어떤 직종보다 대우받았다. 특히 육군 장교들은 사회적 엘리트에 가까웠다.

이 영화를 구상한지는 약 10년 정도 됐다. 군 관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다뤄봐야지 생각했고,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다룰까 고민했다. 그러다 부하 와이프랑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미지Q. 금기의 사랑, 한마디로 불륜에 대한 이야기다. 생각해보니 각본을 쓴 '정사'나 '스캔들', '음란서생'이나 '방자전'까지 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렸다.

A. 진평과 가흔의 사랑은 '불륜'이라는 말로 한정지을 순 없을 것 같다. 불륜이라는 말 자체가 어떠한 관계 속에 놓인 두 사람의 사랑을 의미하는데 난 관계를 배제한 둘만의 사랑을 다루고 싶았다. 부하의 아내, 남편의 상사 이런 관계를 생각조차 할 여력조차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랑에 포커스를 맞췄다. 불륜을 호도 혹은 미화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의도는 없다. 불가항력의 사랑이 우리 영화의 핵심일 뿐이다.

Q. 진평 역에 송승헌이여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면?

A. 일단 아름답지 않나. 남자 배우 중에 아름답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송승헌을 보면서 군복 입은 모습이 궁금했다. 또 그 친구가 약간 쑥쓰러워 하면서 낮게 속삭이듯 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근사할 것 같았다. 진평의 어리석을 만큼 순박한 면모도 송승헌이 잘 연기해줄 것 같았다. 

Q. 배우에 대한 애정이 영화에서 한껏 묻어나더라. 특히 남자가 이렇게 아름답게 나오는 베드신은 그동안의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았던 것 같다. 

A.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아무래도 노출이 있다보니 본인도 많은 준비를 했을텐데, 영화에서 그 몸을 많이 부각시키진 않았다. 여자는 남자의 몸을 느끼지 뚤어져라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승헌씨 몸이 아름답고 좋지만, 배경으로 슬쩍슬쩍 보이듯 담아낸 것이다.

Q. 송승헌은 몸이 아름다운 배우임에도 청춘스타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19금 연기를 하지 않았다. 첫 베드신 촬영장에서 굉장히 어색했을 것 같다. 그날의 공기를 얘기해달라.

A. 베드신 촬영 때는 아무래도 내가 노하우가 있으니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배우의 긴장을 풀어줬다. 나중에는 팬티만 입고 촬영장에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이 영화를 통해 송승헌이라는 배우의 껍질이 어느 정도 깨졌다고 생각한다.

Q. 김대우 감독만의 베드신 연출 노하우가 있다면?

A. 사전 리허설을 많이 하는 편이다. 스태프랑 나랑 베개랑 연습을 하면서 합을 짠다. 여러 자세로 백장씩 사진을 찍어둔다. 직접 시범을 보이다보니 스태프 앞에서 별 자세를 다 취하게 된다.(웃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배우가 옷을 벗고 현장에 들어왔을 때 미스가 나거나 배우가 벗은 상태에서 대기하는 경우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지Q. 영화에 등장하는 네 차례의 베드신 중 가장 공들인 장면은 어떤 것인가?

A. 진평과 가흔이 침대에서 벌이는 정사다. 영화를 본 다른 감독들도 "그 신 찍기 어려웠을텐데 잘 찍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업자들은 앵글을 아니까 고생이 눈에 보였나보다. 그 공간이 그림자 때문에 조명을 맞추기 굉장히 힘들었다. 한 명 몸을 포기하면 쉬웠을텐데 두 명을 다 살리려고 많은 공을 들였다.

Q.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처음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 결말이었나? 적잖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A. 그렇다. 가흔이 진평이 남긴 사진을 보는 신, 특히 '내 사랑'이라는 글귀는 포기하기 싫었다. 설령 무심했던 남편이라도 남겨진 아내를 위해 '내 사랑'이라는 글을 남겼다면 생전의 모든 잘못이 용서될 것이다. 하물며 가흔에게는 어땠겠는가.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Q. 왜 김대우 감독의 작품은 늘 언해피엔딩일까. 영화 속에서라도 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는 관객도많다. 

A. 나는 이상하게 멜로가 해피엔딩인채로 끝나면 슬프다. '어쩌지 저 사람들'하는 이상한 불안감이랄까. 나에겐 해피엔딩은 슬프고 허무한 것이다. 보고 나면 나만 불행한 것 같달까. 무엇보다 남녀가 둘이 함께인채로 끝나는 것이 진정한 해피엔딩인지 잘 모르겠다.

Q. 조선시대에서 1960년대까지, 작품을 거듭할수록 현재와 가까운 시대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차기작에서 동시대를 다뤄볼 생각은 없나?

A. 고민 중이다. 조선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더 볼까 싶기는 한데, 현대물도 해보고 싶은 게 있긴 하다.

Q. 당신은 충무로에서 시나리오를 가장 잘 쓰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영화계 입문은 다소 늦은 편인데 어떻게 시나리오를 쓰게 되고, 영화를 만들게 됐나?

A. 시나리오는 서른이 돼 처음 썼다. 서른이 되기 전까진 주변에서 '저렇게 인생을 보내는 놈도 있을까' 할 정도로 한심하게 지냈다. 시간을 먹는 누에고치처럼 앞날에 대한 꿈도 별로 없이 살았다. 그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 게 도움이 되는 직업이 있더라.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영화를 하게 됐다.

Q. 세 편의 연출작을 통해 본인의 이름 앞에 '19금 멜로 마스터'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다. 이런 수식어가 작품을 만드는데 적잖은 부담이 될 것 같다. 

A. '19금 멜로 마스터'란 표현은 기분 좋긴 한데 그 의미가 잘 와닿진 않는다. 19금이라는 말에 비아냥도 좀 섞인 것 같기도 하고. 성인이 성인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데 15금으로 만드는게 더 창피한 것 아닌가. 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내 영화가 파격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실제로 내 마음 속 파격을 아직 꺼내지도 않았고. 그래서 '인간중독'을 홍보하는데 있어 '파격 멜로'로 홍보한 마케팅 담당자에게 "과도한 홍보 아닐까. 우리 영화는 파격이 없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담당자는 "어우 감독님, (우리 영화) 장난아니에요"라고 하더라. 

아무튼 각설하고 19금이 파격이란 말 자체는 좀 안맞는 것 같다. 성인이 성인을 위한, 특히 그것이 사랑 영화일 때 19금은 당연한 거니까. 차라리 김대우가 15세 관람가 영화를 만든다면 그게 파격이지.  

Q. 매 작품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당신에게 이 감정은 더욱 특별할 것일 것 같다. 김대우가 말하는 '사랑'이란 뭔가?

A. 조물주는 어떻게 남자를 만들고, 여자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참 감사하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일하고, 돈을 벌고, 매 순간 사랑 받으려고 노력한다. 또 사랑하는 여자에게 키스로 마음을 표현하고,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생각을 했을까 싶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좋아서 신나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어느 것보다 놀라운 발명이 아닐까 싶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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