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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 스토리] 전 국민을 '안티'로 만든 페널티킥

입력 : 2014.05.29 11:31|수정 : 2014.05.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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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경기 98골. 차범근 해설위원이 분데스리가에서 열 시즌을 뛰면서 작성한 기록이다. 기록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골의 순도다. 그는 98골을 모두 필드골로만 기록했다. 페널티킥 골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차범근 해설위원에게 페널티킥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1972년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이후,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페널티 키커로 나서지 않았다.

이렇듯 최고의 공격수도 꺼려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페널티킥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축구 역사엔 페널티킥 때문에 지옥을 경험한 선수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임국찬. 김호, 김정남과 함께 1970 멕시코 월드컵 진출을 위해 땀 흘린 국가대표였다. 당시 국민들이 이들에게 거는 관심과 기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컸다. 직전 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 기적을 이룬 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 주어지는 본선 티켓은 단 한 장뿐이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노력한 것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초반 몇 경기에서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대표팀은 본선 진출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었다. 대표팀은 호주와의 홈경기에 마지막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해야만, 본선 진출의 희망을 간신히 이어갈 수 있었다.

호주와의 경기는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 운동장에서 벌어졌다. 3만여 관중이 좌석을 빼곡히 채웠고, 선수들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덕분에 후반 20분까지의 스코어는 1대 1.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공격수 이회택이 귀중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공은 페널티 마크 위에 올려졌다. 골키퍼는 예리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관중들은 숨을 죽인 채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페널티 키커로 나선 임국찬이 있었다. 임국찬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달려오면서 강하게 공을 찼다. 그러나 다음 순간, 경기장 곳곳에서 탄식이 흘렀다. 야심차게 찬 공이 그만, 호주 골키퍼의 가슴에 안기고 만 것이다.

기적을 염원하는 온 국민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호주에게 예선 성적이 뒤진 한국은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국민들은 페널티킥을 실축한 임국찬에게 모든 분노를 쏟아냈다. 임국찬의 집 담벼락은 온갖 욕설로 도배됐고,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그를 매국노라 부르며 집 안으로 돌을 던졌다. 언론 역시 그의 편이 아니었다.

임국찬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난과 죄책감을 견디지 못했고, 결국 중대한 결심을 한다.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가기로 한 것이다. 이후 한국을 떠나 30여 년 간 해외에서 생활한 임국찬은 2000년대가 되어서야 다시 고국 땅을 밟았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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