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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북일 국장급협의, "왜 스웨덴?"

최선호 논설위원

입력 : 2014.05.27 15:45|수정 : 2014.05.27 22:56


북한과 일본의 국장급협의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납치문제 재조사를, 북한은 조총련 본부 매각 문제와 제재 해제 등를 요구하며 '외교적 바터'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협상 내용은 새로울 게 없습니다. 지난 3월 베이징 협의의 연장선입니다. 그 보다는 "왜 스웨덴?"이라는 질문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1. "관심을 피할 수 있는, 조용한 환경에서 회담하고 싶다"

스웨덴을 회담장소로 결정한 이유에 관해, 송일호 북한측 대표 입에서 나온 설명입니다. '외교적 바터'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좀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스웨덴을 회담 장소로 요구한 쪽도 북한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말을 뒤집어 보면, 그동안 회담을 진행했던 베이징이 '독립적이고 허심탄회한 협상'에 부적절하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때문에 우선 나오는 해석이, 중국에 대한 북한과 일본의 불만이 '스웨덴 협상'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사실 외교가에서는 "베이징에는 벽에도 귀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청-감청-통신제한 등으로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협상은 "비밀이 없다"는 불만입니다.(사실 여부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또 도감청이 중국만의 문제도 아니겠지만...)

더구나 최근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죠.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과 껄끄러운 상황입니다. '스웨덴 북일 협의'는 중국에 대한 북한과 일본의 이런 불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2. 하지만 중국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스웨덴'인 건 아니겠죠. 왜 스웨덴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 측도 확실하게는 모르겠다네요"

동경 한국대사관 외교관들의 첫 반응입니다. 일본 측에 배경을 물어봐도 "확실한 건 모르겠다"였답니다. 이어서 나온 한국 외교관들의 반응은,

"몽골이 아니라면, 유럽에서는 스웨덴 뿐이지 않겠습니까?"였습니다.

스웨덴은 서방국가 중에서, 북한에 대사대리급 상주공관을 둔 몇 안되는 나라입니다. 대사 자체는 베이징 주재 중국대사가 겸하고 있습니다만, 북한에 상주공관을 두지 않은 서방국가들의 '이익 대표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2009년 3월, 한국계 미국 언론인 '유나 리' 등 미국 여기자들이 북한에 억류됐을 때, 스웨덴은  미국을 대신해 '영사 접근권'을 행사했습니다. 납치자들을 만나고 북한 측과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그해 8월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할 때까지, 스웨덴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U 회원국들의 대북 교섭창구 역할도 스웨덴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초반 냉각기가 있긴 했지만, 스웨덴은 북한의 식량난과 기아에 대해 인도적인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3. "서방에 어필하려는 북한의 의도?"

사실 그동안 북한과 일본의 중개인 역할은 '몽골'이 해왔습니다. 얼마전 일본인 납치자 메구미 상의 부모들과, 북한에 사는 메구미 상의 딸이 만난 곳도 몽골 울란바토르였죠. 때문에 베이징이 아니라면 '몽골'을 선택하는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몽골보다 스웨덴'이라는 결정은, 북한이 자신들의 개방 의지를 서방에 좀 더 효과적으로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서방 국가의 이익 대표부 역할을 해 온 스웨덴을 회담 장소로 선택함으로써, 북한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입니다.

중국에 대한 불만 표시, 서방에 대한 대화의지 강조. 뭐가 됐건 결과가 나와야 의미가 있겠죠.

'납치문제 재조사'와 '일본 독자적인 제재 해제'를 지렛대로 한 북한과 일본의 대화 급진전이, 한미일 공조와 중국의 한반도 전략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제부터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국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