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재난 예방을 위한 현장 훈련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 종교시설이 6년째 자발적으로 대피훈련을 벌여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있는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는 2008년부터 매년 8월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화재 대비 비상대피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훈련 대상 건물은 본당이 자리한 지하 4층·지상 4층짜리 양화진 홍보관 등 묘원 내 건물 6개입니다.
하루 4차례 열리는 예배마다 한 번에 2천 명씩, 총 8천여 명이 훈련에 참여합니다.
이영란 선임대행 목사는 오늘(25일)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재철 담임목사의 제안에 따라 교역자들이 뜻을 모아 매년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며 "위급 상황 발생 시 빠르고 정확한 대피 안내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 훈련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피 훈련은 건물 전체 조명이 꺼져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바뀌면서 시작됩니다.
교회 측은 실제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하려고 연막 기계도 직접 사들였습니다.
화재 경보음과 함께 담임목사가 단상에 올라 '비상사태가 발생했으니 안내요원을 따라 퇴장해달라'고 방송하면 예배 참가자들은 안내요원들이 비춰주는 휴대용 조명의 도움을 받아 일사불란하게 비상구를 통해 빠져나옵니다.
담임목사는 마지막 한 사람이 탈출할 때까지 '현장'을 통제하고 피아노 연주자는 성가곡을 연주하며 사람들이 차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 대목에서 여객선이 침몰하기 전 음악가들이 승객을 진정시키기 위해 관현악을 연주하는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6개 건물에서 2천여 명이 탈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6분.
훈련이지만 이렇듯 신속한 대피가 가능한 것은 교회 측이 평소 안전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쓴 덕분입니다.
실제로 교회는 평상시에도 일요일마다 인공호흡법과 대피유도 방법 등 기본적인 안전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 140명을 배치합니다.
소화기나 휴대용 조명을 건물 곳곳에 갖춰둔 것은 물론이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심장제세동기와 들것까지 비치해뒀습니다.
의사출신인 한 교인은 응급 의료진을 자처해 매주 자원봉사를 합니다.
특히 올해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피훈련의 강도를 한층 높이기로 했습니다.
"1년에 단 하루지만 단 한 번이라도 대피훈련을 직접 해 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결국 안전 사고 현장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 당황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해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요."
이 목사의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이 말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