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런 문서가 공개될 때의 묘한 기분, 올 여름 기상전망을 대하는 제 마음가짐입니다. 비록 장기전망이 정확도가 떨어져 신뢰도 측면에서는 큰 믿음을 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 계절을 미리 내다본다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 여름 기상전망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줄곧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문구 하나가 빠졌습니다. 에어컨과 같은 여름 상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그 문구인데요. “올 여름도 평년보다 무더울 둣”이라는 표현이죠.
이런 전망이 나오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름철 마케팅이 시작되는데 그 제목은 한층 선정적으로 바뀝니다. “올 여름 사상 최고의 더위 예상” 뭐 이런 식이죠. 이런 마케팅이 가능한 것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한 여름 폭염이 점점 더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울산공항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돌면서 한반도에서 공식으로 관측된 기온으로는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후기록으로 남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올 여름 기상전망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뜯어보겠습니다. 헤드라인은 이렇습니다.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 6월에 더운 날씨 보일 때 많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다는 표현이 제일 먼저 나오는 만큼 올 여름에 지난해와 같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은 많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월별 기온에 대한 확률전망을 살펴보면 가장 더운 달인 8월의 경우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15%에 머문 반면 비슷할 확률은 50%나 되고 낮은 확률도 35%로 높은 확률보다 높습니다. 그러니까 8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은 확률이 85%에 이르는 셈이죠.
7월도 장마가 끝나는 하순에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달인데요. 7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확률은 30%로 8월보다 높아지지만 비슷할 확률은 역시 50%나 됩니다. 다만 평년보다 기온이 낮을 확률은 20%로 높을 확률보다 떨어집니다.
6월은 어떨까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무려 55%나 됩니다. 비슷할 확률은 30%에 머물고 있고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15%에 불과한데요. 이 때문에 올 여름은 초여름 더위가 더 매서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조금 더 들여다보면 6월은 평년기온 자체가 8월에 비해 많이 낮습니다. 서울과 대구 두 지역을 비교해 볼까요?

평균기온을 보면 6월에 22도를 조금 넘던 기온은 7월에 25도 안팎까지 오르고 8월에는 26도를 오르내리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8월의 평균기온은 6월의 평균기온보다 3,4도 높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6월이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덥기는 하겠지만 8월의 폭염에는 못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결국 올 여름은 초여름이 덥지만 여름철 전체를 놓고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졌던 폭염의 기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지난해 보여줬던 폭염정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전망을 받쳐주는 또 하나의 자료는 엘니뇨입니다. 그동안 잠잠하던 엘니뇨 감시구역(5°S~5°N, 170°W~120°W)의 해수면온도가 최근 평년보다 다소 높은 상태를 보이고 있고 여름철에는 엘니뇨로 발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엘니뇨의 해에는 여름철 폭염을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힘이 약해지곤 했는데 올해도 이런 전망이 가능해 진 것입니다.
하지만 올 여름 무더위를 우습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일년 가운데 가장 기온이 높은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변수가 나타날지도 모르죠. 다만 그래도 올 여름은 한결 견딜 만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여름을 맞으면 몸과 마음이 한결 시원해지지 않을까요?